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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이 많은 부분에 기준점 세우기

날라리 빵꾸인생 2021. 9. 15. 14:10

곡 중에서 어느 구간은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난코스가 있다. 아마도 곡이 수준별로 나뉘는 것도 그런 코스가 얼마나 되는지 여부, 또한 몇 가지의 기술 또는 소리 만들기를 얼마나 부드럽게 구현해낼 수 있느냐의 여부로 나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준에 어렵다고는 하는데 막상 칠 수 있을 것 같은 곡들도 그 난코스에 이르면 대개는 좌절하면서 '아, 이 곡은 어려운 거였구나.'를 깨닫게 된다고 해야 할까. 

차 쌤의 '바카롤레'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며(물론, 연습이 완전대박 필요하다) 스리슬쩍 넘어오고, 조가 바뀌는 부분도 박자가 바뀌는 부분도 스리슬쩍 넘어가는데 드디어 43마디에서 이상하다며 막혔다. 

심지어 형광펜으로 표시해놓고 짠!짠! 세어가며 쳐보는데, 막상 양손이 되면 두 손이 방향 잃고 공중에 떠있다. ㅠㅠ

사실 이 구간 앞뒤로는 선생님의 설명 없이 구현하기가 좀 어려웠다. 곡의 전반부는 악보를 보면서 더듬더듬 치는데도 나름 곡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졌고, 속도는 느리지만 흡사 연주 분위기를 흉내낼 수 있는데, 40마디 이후부터는 스케르찬도이면서 동시에 레가토가 악보 간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적응하는데도 애를 먹었는데, 드디어 43마디에서는 양손이 안 되어 왼손, 오른손 각각 따로 익혀도 양손으로 넘어가면 잠시 방향 잃고 멍해져, 아 여기가 마의 구간, "안 되려나.." 생각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선생님이 해결해주었다. 그러니까 손의 기준점 만들기!

오른손의 '시파시'에서 '파#시솔#파'로 이동하는 부분에서 손의 기준점은 시다. 시를 기준으로 손의 자리를 익혀 이동한다. 
왼손은 '솔#레솔#'에서 '시솔#레'로 이동하는데 기준점은 솔#이다.
그렇게 몇 번 기준점을 정해 손을 이동해보고 익숙해지면 양손으로 시도해본다. 야호, 성공했다. 혼자서는 그렇게 계이름을 소리내며 이동해도 손가락이 자리를 잃기 일쑤였는데 기준점을 중심으로 손 모양을 만들어 이동하니 몇 번의 시도만으로도 금방 익숙해졌다. 히히히, 안 될 때는 왜 이모양이냐며 좌절에 우울함 한바가지더니, 되니까 또 기분이 좋아져가지고 선생님께 싱글벙글 미소 폭탄 보내는 중이다. 간사하기 짝이 없다. --; 

쉽게 습득이 안 되거나 도저히 구현하기 어려운 구간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다를 터이다. 그러나 그게 어느 부분이든 방법을 찾다보면(미련하게 한 백번쯤 눌러보는것도 한 방법이다.) 언젠가는 되더라는 경험이 더욱 빈번해지는 요즘이다. 나 역시 도저히 극복 안 될 것처럼 느껴지던 43마디가 이제 손에 익숙해지니 또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달에나 보게 될 8~90마디 언저리에 보이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오금이 저리는 공포의 구간들도 결국은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이게 피아노 치는 맛이 아닌가 하면서, 거드름도 피우고 말이다. 우히히히. ^^ 

아마도 손의 기준점을 세우는 건 많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혹시 또 어느 구간에서 익히게 되는 또 다른 방법들이 있다면 여기에 열심히 옮겨놓아야겠다. 혹시 좌절하거나 실망하거나 우울해지면 언제고 뜯어먹을 수 있게 말이다. 

2021.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