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길 위의 똥!똥!똥!

날라리 빵꾸인생 2024. 7. 24. 22:31

: 길 위에서 볼일 보는 사람들

카미노 길 위에는 매우 다양한 똥들이 있다. 소 똥, 말 똥, 염소 똥, 토끼 똥, 개 똥, 그리고 사람 똥.
너무 신기하게도 그 모양만 봐도 똥의 주인이 누군인지를 단박에 알게 된다.
냄새 풍기는 말 똥,
짚풀이 섞여 있는 소 똥,
동글동글 훝어져 있는 염소 똥,
옹기종기 자그마한 토끼 똥,
그리고 분명한 사람 똥.

생각하자면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만, 이 똥들은 각각 이 스페인의 자연에 묘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다만, 그 냄새는 참, 심경을 복잡미묘하게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똥 냄새라니. ㅎㅎㅎㅎ

사람 똥이 왠말인가 싶겠지만, 카미노 길을 걷다보면 그 사정을 너무도 이해한다. 마을은 앞뒤로 각각 5킬로미터씩 떨어져 있고, 새벽 5시에 출발할 무렵 해결하지 못했다면 길을 걷다가 신호가 오는 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그나마 해가 뜨지 않았거나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각은 어둠이 가려주어 다행이다. Bar를 만나지 못한 채 걷다 보면 인체의 생리를 어디에선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느닷없이 벗겨진 엉덩이를 보기도 했고, 길이 아닌 숲에서 나오는 순례자들을 마주하며 어색한 웃음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길 위에 똥은 그게 소든지 염소든지 토끼든지 사람이든지 모두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연 화장실이다.

차마,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202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