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백미, 오 세브레이로 - Camino 28일 차
: 스페인 사람들도 카미노 길을 걷는댜, 그들에게도 그들의 자연은 경이로울테다. 나 역시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하는 중이다.
- 처음에는 28킬로이고 후반은 고도 300미터의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긴장했었다. 그러나 길이 너무 예뻤다. 안개 낀 절벽이며, 산장 같은 마을이며, 그리고 나무그늘로 뒤덮인 길이며, 길 옆에 흐르는 물이며.. 참으로 감탄하고 고마워하며 걸었다.
- 한 마을의 성당이 참 따뜻해서 잠시 앉아 있다 나왔는데, 갑자기 몸도 따뜻해지며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 이게 행복하다는 것인가. 그냥 아랫배가 간질간질 도저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런 순간이 있었음을 참 기억하고 싶었다.
- 요즘 계속 길이 같은 스페인 친구들 중에 내 그림을 그려 슬쩍 보여주고 간다. 어머나, 이 친구들도 나를 의식하고 있었나보다. 영어를 좀 하는 친구가 일부러 얘기해준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있어!” 말잇못!!
- 급경인 줄은 알았으나, 진짜 이렇게나 힘들줄은 몰랐다. 등에서 흐른 땀이 바지를 적시고 엉덩이를 축축하게 했다. 뒤에서 보면 얼마나 웃겼을까. 그래서 다들 내게 힘 내라고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 오세브레이로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서 내 앞의 뷰가 알프스 저리가라 할줄은 몰랐던지라, 이것도 행복이 되었다. 아, 오늘은 여러모로 기쁘고 행복한 날이다.
- 방금 산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가족의 아버지가 자기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아스토르가에서 시작해서 여기 오세브레이로까지가 올해 목표고 다시 내년에 온다며 내게 “부엔 카미고~”를 외친다. 갑자기, 부러웠다. 와우~ 축하한다고 전해주었다. 아이들도 너무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 오늘의 bed neighbor는 맥주쟁이 꼬불머리 아저씨다. 근데, 클났다. 이 아저씨의 코골이는 천장을 뚫는데 말이다. ㅜㅜ

2027.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