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별 천지를 지나 800년 밤나무를 지나 트리아카스텔라 - Camino 29일 차

날라리 빵꾸인생 2024. 8. 9. 22:49

: 선명한 은하수, 높은 고도의 축복이다. 내려오는 길이 또한 아름다웠다.

- 별이 쏟아졌다. 선명한 은하수도 보았다. 고산지대의 새벽이 맑고 투명해서 자꾸 서서 바라보고 있다.
- 고도가 높았던지라 오는 길 내내 내리막이었다. 살금살금 내려왔다.  
- 오늘은 거리도 짧아서인지 마음이 자꾸 놀고 있다. 하늘도 보고, 산도 보고, 구름도 보고, 소들도 보고, 구릉도 보고.. 가야 할 길만 안 보고 있다. 정신 차리자, 너는 여행자가 아니라 순례자이다.
- 거치는 마을이 모두 시골마을이다. 소똥들이 곳곳에 즐비하고 그 냄새가 또 어딜 가나 풍긴다. 냄새가 유독 진한 곳은 축사인걸까. 우유를 짜서 들고 나오는 처자도 마주쳤다. 완연한 시골마을의 풍경이다. 그것도 신기했다.
- 복숭아나 토마토가 너무도 먹고 싶은데, 마을에 상점이 한 개도 없다. 내려오는 길에 그저 과자만 뜯어먹었다. 그나마 이거라도 있어서 주린 배를 채웠다.
- 알베르게 사립과 공립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나는 아무래도 지난날 공립에 묵었던 날들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고작 3~4유로 차이인 것을 왜 나는 공립을 고집했을까. 여기 이 공간이 쾌적하고 편안하서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느낌이랄까.
- 엄마가 자꾸 먹는 걸 걱정하셔서 식당에 왔는데, 맛있다. 흠, 남이 해주는 밥 먹는 재미….. 와인을 반 병 마시고 왔더니 기분이가 좋으다. 으크크 낮술 좋아하믄 안되는데. 이따 저녁에 뿔뽀 먹으러도 갈 예정이다.
- 알베르게 도착도 이르고, 점심도 사묵고, 빨래도 어제 왕창 해서 별로 없다보니 오늘 시간이 좀 남는다. 그동안 못했던 정리를 좀 해야겠다.  
- 오늘 알베르게에 1등으로 도착해 침대 선점권이 있었는데, 2층 침대를 골랐다. 그게, 하늘창이 있어서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다. 오늘의 bed neighbor는 별이 되기를.

2024. 8. 9.
여성주간이라 몸도 무거운데, 마치 알았던 것처럼 오늘 코스도 짧은 거리에 어렵지 않은 코스라니… 자꾸 좋은 일들, 다행스런 일들만 겹치고 있다. 그리하여 또 행복해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