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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농 연습법

날라리 빵꾸인생 2019. 4. 17. 17:49

: 신기한 부점 연습

내가 하농을 접하게 된 건, 세종에 내려와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때이다. 그러나 당시는 '세베리아'(5년 전, 시베리아와 다름 없는 광활한 황토밭 세종시를 빗대어 우리끼리 붙인 별명)였던 세종이었기에 주변에 피아노 학원은 고사하고 식당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곳이었고, 독학이라도 해야겠다 마음먹고 이리저리 블로그를 찾아 읽을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못 잡고, 그저 잠시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어드벤처와 체르니를 꺼내들고, 또 누군가 하농을 추천하기에 하농 책도 덥석 구입해 받아들었다. 

모르던 책이었기에 기대에 부풀어 받아들었는데, 펼쳐 보니 그저 단순한 8분음표의 나열이고 막상 연습하자니 이게 맞는가 도통 모르겠어서 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 급기야 고이 접어 책상 서랍에 넣어두던 책이었다(책을 보신 분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듯). 그러다가 작년에 레슨을 시작하면서 쌤의 주문으로 하농을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연습실에 가면 하농으로 손을 푸는 게 연습의 시작이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농 사용법도 알게 되고, 나름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지라 하농 연습법 또는 하농 사용법 등을 정리해보면 어떤가 하는 마음이다. (하농이 손가락 테크닉 교재라는 거, 어떤 유효성이 있는가 등등은 기타 검색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나의 연습법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농에 대해서는 이전에 '손꾸락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연습법이나 나름의 하소연을 풀어낸 적이 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60번까지의 연습곡 중에서 이제 12번 중에 있는 내가 연습법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블로그는 성인이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을 풀어내는 곳이며, 책이 아닌 이상 잘못된 부분은 언제고 고칠 수 있으므로 누구에게든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어간다. 게다가 연습실의 다른 방에서 하농을 연습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같은 처지의 피아노 입문자로서 다소 안타까운 방식의 연습법을 접하고 나니 내 수준에서라도 정리해 보자 마음을 먹었다. 

- 일반적인 연습 순서:

1) 일단 기본적으로 왼손, 오른손 따로 각각의 표기된 손가락 번호대로 끝까지 연결해서 친다. 익숙해지면 양손으로 천천히 같이 연주하되 머뭇거리거나 손가락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따로 연습하다가 다시 양손으로 치도록 한다.
2) 느리더라도 끊기지 않고 연결이 가능하다면, 즉 손가락 번호와 자리가 익숙해졌다면,  이제 레가토, 스타카토 방법으로 한 음 한 음이 고르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연주한다. 반드시 주의할 점(울 쌤이 시종일관 내게 요구하는 바다)은 손가락 끝을 세우고, 손목을 먼저 보내고(돼지꼬리 참조) 손등에 힘은 빼고 어깨는 내려야 한다. 그리고 소리가 뭉개지거나 흐트러짐 없이 하나하나 명확해야 한다. 소리가 뭉개진다면 다시 양손 따로 연습해서 소리를 제대로 내는 부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3) 이제는 템포를 정해 그에 맞추는 연습을 하는데, 템포는 처음에는 8분음표를 기준으로 했다가 하농 12번부터는 4분음표를 기준으로, 즉 교재에 적힌 대로, 한다. 경험해 보니 8분음표(8분음표 한 박에 2번)에 맞추는 것이 4분음표(4분음표 한 박에 4번)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인 듯하다. 시작하는 속도는 '8분음표=70'이 적당하고, 이후 '8분음표=160'(4분음표=80)의 속도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도 이 템포를 올리는 데는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나는 왼손 3, 4, 5번 손가락 때문에 한달 이상이 걸린다. 어떻게 하면 힘을 기르고,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ㅜㅜ)
4) 소리를 명확하게 내면서 템포를 올리자면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ㅠㅠ 손등의 경련은 물론이고, 말 안 듣는 3, 4, 5번 손가락, 소리가 뭉개지는 부분, 양손 속도가 달라져서 소리가 메아리치는 현상 등등.. 이때에 손에 힘도 빼고 다시 재정비하는 방법으로 앞뒤 부점 방법, 16분음표를 4음씩 끊어서 치는 방법, 첫 박에 액센트를 주는 방법, 리듬을 달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부점은 참으로 신기하게, 죽어도 안 될 것 같은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여기서 부점이란, 점을 더하였다는 의미로, 앞부점은 앞 음을 길게, 뒤 음은 짧게 치는 것이고 반대로 뒤부점은 앞 음은 짧게 뒤 음은 길게 치는 연습법이다. 그런데 길게 치는 부분에서 손가락에 어깨 힘을 실어 내려쳐야 한다. 그러니까 레가토의 연상에서 길이만 길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서 어깨와 손목, 손등의 힘을 손가락에 더해 주어야 한다(설명이 어렵군 ㅠㅠ). 그렇게 하면 음에 강세가 더해지고 동시에 손목이나 손등의 불필요한 힘들이 손가락으로 옮겨져 경련도 사라지고 이완되는 효과를 누를 수 있다. 앞뒤 부점으로 한차례 치고 다시 템포에 맞추면 신기하게도 손이 이완되어 더 가볍게 속도가 나고, 또 손가락 힘은 길러져서 가볍게 건반을 쳐도 소리가 또렷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앞부점
뒤부점

따라서 부점 연습 시에는 절대 속도를 올리면 안 된다. 부점의 주된 이유는 손의 힘을 빼고 손가락의 힘을 기르며, 소리를 좀 더 정확히 만드는 데 있다. 부점 연습에 속도를 올리게 되면 힘을 주어야 할 곳과 뺄 곳이 구분되지 않고, 레가토와 구분되지 않는, 또는 소리마저 뭉개지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어쩌면 그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다급함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속도를 올리고 싶다면 그건 레가토에서 하자. 
하농은 두 박이 16분음표로 한 마디에 있다. 그래서 '따다다다따다다다'의 느낌이다. 이걸 한 박씩 나눌 수도 있다. 즉, '따다다' 쉬고 '따!다다다' 혹시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나누어 연습하고 그걸 이어서 연습하는 방법도 굉장히 유효하다. 

가끔 교재 위쪽에 있는 서비스 악보를 따라해 보는 것도 재밌다. 어차피 우리는 손가락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고, 가끔 교재에 덧대어 있는 연습법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2019. 4. 

2019. 9.

----- 또 습득하게 되면 잇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