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레슨, 달라진 연습
: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하다 보면 결국 이루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초급자와 중급자의 경계는 아마도 무슨 곡을 치는가였을테다. 그래서 다음 곡을 찾을 때에도 '초급'이나 '중급'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검색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초급자의 손놀림과 악보 보는 눈으로 중급자의 곡을 치기란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다소 콩나물이 많고 화음이 많은 중급자의 악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어쩐지 나의 연주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뚱땅거리는 초급자의 소리에 나는 아직 초급자이구나,를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레슨에서 요구하는 바가 조금 달라졌다. (이 문장을 어딘가에 한 번 썼던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소리의 강약과 멜로디와 반주의 구분을 지켜야 하고, 튀는 소리를 제어해야 하며 심지어 호흡까지도 소리에 연결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레슨 전 내 연주를 듣고 선생님이 먼저 하는 말은
그렇게 뚱땅 거리면 안 되고요.
늘상 쳐오던 것이 선생님께는 뚱땅거리는 소리이다. 그리고 나서는 손의 어디에 힘이 있어야 하고 또 없어야 하는지, 손의 위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며, 손목의 움직임과 건반의 관계 등을 설명하신다. 그리고 곡의 분위기와 화음의 의미, 반주와 멜로디의 관계 등을 연주로 보여주신다. 이전에 듣던 원장님의 강습과는 또 다른 레슨이다.
그래서 나의 연습 또한 달라졌다. 이전에는 곡을 틀리지 않고 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곡의 분위기를 만들고, 곡이 원하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한다. 특히나 나의 버릇인 튀어나는 음들을 조율하는 데 특별히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지금 나의 수준으로는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없어,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등의 핑계는 대지 않는다. 선생님의 요구대로 치는 게 절대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잔머리를 굴려 내게 편한 방식을 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선생님의 요구를 지키기 위해 수백(?) 번 연습하다 보니 된다는 것도 느꼈다. 그러면서 나의 소리도 달라졌다.
너무도 당연한 일일테다. 그래도 내 나름으로는 피아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온터다. 게다가 지금 연수 기간에는 더욱 매일 연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터다. 그러니 손가락도, 소리도, 악보를 보는 눈도 달라지긴 했을테다. 시간이 좀더 걸리고, 나아지는 속도가 더딜지라도 나아지기는 했을테다. 그것이 너무도 감사한 일이고, 늦게라도 피아노를 시작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한다.
지난 레슨에 선생님이 한 말을 남긴다.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니까요.
202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