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소크라테스
: AI 시대의 소크라테스, 이진우, 휴머니스트, 2024. 8.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게 기술경영에 AI이고 논문 역시 정책연구에 AI를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또 내 본성은 인문학에 철학을 더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지라 도저히 집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 책은 사고의 깊이도, 주제나 소재의 다양함도 있어서 읽는 내내 재밌었다. 숙제와 피아노로 허겁지겁, 허둥지둥의 일상이지만 그나마 서울 오가는 기차와 학교에서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AI라는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또는 확장이라고 하자)하고 있는 시대에 AI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인간 삶을 이루는 철학적 문제와 인식의 문제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를 고찰한 책이었고, 간만에 소장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 인간의 의의와 인간의 조건, 그리고 인간으로서만이 성찰할 수 있고, 고양시킬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AI의 기술은 앞으로 더 삶에 확장되어 적용될 것인바,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분명 심사숙고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초지능을 갖게 된 인공지능의 결론이 인간의 종말이라면, 그동안 쌓아온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지향하는 인간의 번영과 고양은 결국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은 기술을 찬양하지도, 그렇다고 부정적이지도 않으며, 새롭게 펼쳐지는 기술의 시대에 대응할 철학의 부재를 논하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질문하고,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인간의 몫이며, 생성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역시 인간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해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는 AI와 인간의 다른 점, 그것은 결국 철학과 태도, 주체와 자율, 자유의지와 도덕성이라는 데 동의하며,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이 성취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분명 필요하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이용한 저자의 묻고 대답하기이며, 그 안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철학자의 인식과 사유가 폭넓게 녹아들어 있어서 주제를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본문 중
" 소크라테스의 미덕이 삶을 지혜롭게 살 수 있는 실천적 능력이라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무한한 능력이 정말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올수록 우리는 더욱더 궁극적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으로 살 수 있는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 pp.57~58
"문제는 알고리즘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규칙을 천천히, 그리고 미묘하게 바꾸는 숨겨진 힘을 가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인공지능에 맡기면, 우리는 결국 인공지능 결정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스스로 인공지능을 통제하려면, 무엇보다 꿈을 꾸는 능력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어떤 세계를 만드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인공지능으로 어떤 세계를 만드는가이기 때문이다." p.166
목차
프롤로그
1장 인간과 인공지능의 파트너십
챗GPT의 도전: 인공지능, 인간에게 말을 걸다
인간 지능의 역사와 지성 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소크라테스
2장 사고하는 인공지능: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Q1 도대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Q2 셀프 트랙킹으로 자기 인식이 가능한가?
Q3 계산은 사고를 대신할 수 있는가?
3장 공감하는 인공지능: 기계는 느낄 수 있는가?
Q4 공감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가?
Q5 이제 포커페이스는 사라질 것인가?
Q6 인간보다 더 잘 공감하는 인공지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4장 의식 있는 인공지능: 기계는 자유의지가 있는가?
Q7 의식은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가?
Q8 의식이라는 환영을 믿는 것과 파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해로울까?
Q9 자유의지가 사라질 때도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가?
5장 포스트 휴먼 시대의 디지털 인간 조건
Q10 포스트 휴먼의 실존 조건은 무엇인가?
Q11 육체 없는 '노동'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Q12 세계 없는 '작업'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Q13 기계화된 소통은 어떻게 정치 없는 '행위'로 이어지는가?
에필로그
2025. 3. 22.
후배에게서 들었던 칸트 철학을 설명하는 문구를 똑같이 발견하고서 캡처해서 안부 인사 겸 보냈더니, 후배가 바로 책을 알아챈다, 자기도 지금 읽고 있다면서.. 둘이 같이 웃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