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렉스도 연습이 필요하다
: 손목의, 어깨의, 목의, 몸의 힘 빼기~
레슨 시간에 선생님은 가끔 건반을 치고 있는 내 손목 밑에 스윽 손을 넣어 갑작스레 내 손목을 위로 들어올리곤 한다. 어떤 때는 내 손목이 선생님 손등에 얹혀 가볍게 올라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선생님이 암만 힘써도 꿈쩍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들리는 선생님의 주문.
"손에 힘 빼세요"
그럴 때면 깨닫는다. 내가 또 온 몸에, 손목에, 손가락에 힘을 주고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 날은 건넌방에서 소리만 듣다가 달려와서는 손에 힘 들어갔다고 또 타박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알았지? 그냥 찍은 걸 거야'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소리부터 달라진다는 것을. 어디든 힘이 들어가면 소리에도 경직된 둔탁함이 파고들어 무겁게 무겁게 가라앉는다. 자, 다시 릴렉스~
그런데 이 힘을 빼는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그 연습이라는 것은 실제 물리적으로 몸에, 손목에 힘을 빼는 것뿐만 아니라 곡을 연습해서 손가락에 습득시켜야 하는 연습도 포함한다. 손가락이 미리 제 갈길을 알아 스스로 움직일 때 비로소 가벼워진 손가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이번 곡은 연습 끝에 나비처럼 가벼워졌다 하더라도 새로운 곡을 시작할 때면 또 손은,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지고, 콩나물이 조금이라도 복잡한 부분을 만나면 트랙터로 올려도 들리지 않을 만큼 꽉 힘주고 있는 손을 경험하게 된다. 피아노는 힘 빼는 일마저 어렵다. ㅠㅠ
혹시라도 내 손이 무겁다 얘기를 듣거나 경험하는 분이 있다면, 그건 첫 번째 힘 빼는 방법을 아직은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고, 두 번째는 절대적으로 연습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집중하시라 이야기하고 싶다. (절대 잘난척하는 게 아니라, 나 역시 매번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연습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에 힘을 빼면 건반은 어떻게 치느냐는 분께는 우리 쌤의 해법을 전한다.
"손끝을 단단히 세우고, 몸의 힘을 손가락으로 보내세요."
나 역시 이 말을 이해하는 데만 한 달이 걸리고, 손가락을 눕히지 않고 세워 치는 데 또 한 달이 걸렸다. 손가락 끝의 힘을 기르는 건 앞으로 십년은 더 걸릴 듯하고, 몸의 힘을 손가락으로 보내는 건 평생 걸리지 싶다. 그러나 신경을 쓰고 주의하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것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캐리비안 해적이 그랬고, 젓가락도 소리가 바뀌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 낭만주의의 어느 곡이 그리 될 것이다. (아멘! 진심 믿고 싶다)
2019.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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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자가진단법
한 손으로는 평소 방식대로 도미솔을 누르고, 한 손으로는 건반을 누르고 있는 손의 팔목을 들어올려 본다. 이때 건반 손을 들어올릴 수 없다면 당신은 손목에, 팔에, 온 몸에 힘이 빡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그 때는 손을 어깨에서 축 늘어뜨려 힘을 빼고 다른 손으로 손을 들어 건반 위에 올려놓는다. 이때 늘어뜨렸던 손은 힘이 빠져 있어 꽤 무겁다(무겁지 않다면 어느새 힘을 주고 있는거다). 자, 건반 위에 손가락을 세우고, 몸의 힘을 어깨, 손목 건너뛰고 손가락으로 보낸다 생각하며 시도해보자. 그리고 손끝이 세워진 손가락만 들어올려 건반을 쳐본다. 아직은 힘이 온전하지 않아 불안한 소리가 튕겨나오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소리에 힘이 생긴다. 릴렉스도 연습이 필요하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