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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의의: 인간을 멋있게

날라리 빵꾸인생 2019. 1. 28. 19:26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일반인의 발레 공연이라니, 학예회나 다를바 없을 그들만의 축제이겠지만 일주일에 이틀, 연습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써 노력하시던 데 대한 격려의 뜻으로 가보겠다고 했을 뿐이다. 또한 어찌됐든 공연인데 관객은 있어야 비로소 빛이 날테니 말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그런데 보는 내내 눈물이 날뻔했다. 


아줌마의 둥근 몸과 서투른 동작과 바닥에서 별로 오르지 못하는 점프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니 설명이 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그저 보는 내내 벅차오름이었고 인간의 멋있음에 대한 열렬한 환호였다고 해두자. 물론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아마추어로서의 동지애가 가득 묻어있는 바이다. 


연민이라는 말을 여기에 쓰다니 좀 서글프기는 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인간, 그게 미적 차원에서 한없이 부족하고 미숙하더라도 스스로 노력하고 애쓸 수밖에 없다는, 또한 그런 선택을 급기야 하고 만다는 인간으로서의 운명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자. 그리고 그 때문에 생겨나는 감동이라고 하자. 


취미 발레. 

유아처럼 무엇을 해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뭘 해도 마냥 이쁜 것도 아니고 

초등생처럼 재능이 무엇인지 찾고 키워보려는 것도 아니고 

중고등 전공생처럼 본격적으로 무용가를 꿈꾸는 것도 아닌 

나이 서른 중반을 넘어 시작한 발레.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게 즐길 수 있는 영역인가 싶기도 하고, 이미 굳어진 몸을 풀기에는 요가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 


그런데 나는 그 취미발레를 완성시킨 그분들에 취해 아직도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듣고 있고, 

그 사진이 바탕화면이 되었으며

나 역시 그런 멋이 묻어나는 공연 하나를 꾀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인간은 최미로 인해 비로소 멋있어지는가보다,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