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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곡 분류 1 - 춤곡

날라리 빵꾸인생 2020. 8. 11. 15:28

: 피아노 용어, 알면 재밌다, 시리즈 1

아무래도 피아노가 서양에서 비롯된 악기이다 보니, 음악에 대한 분류나 용어도 우리에게는 죄다 낯선 것들뿐이다. 자라면서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배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겠다. 암만 머리 좋은 타일러도 우리 문화의 '한' 정서라든가, 장단이라든가 추임새, 가락 등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사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책들을 부여잡고, 도서관에 자리 잡고 앉아 음악사, 악기, 장르 등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피아노곡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근무시간 틈틈이 찾아다니며 알게 된 얄팍한 지식인지라, 뭐 자판 몇 번 두드리면 알 만한 내용들을 굳이 옮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 요즘 들어 업무가 비수기인지라 시간이 좀 남는다. 또 이렇게 얄팍한 지식이라도 시간을 두고 쌓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기대도 한 몫 하고 있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초보자의 알쓸신잡이라고 하자~

그리하여 이번 장은 춤곡이다. (요즘 내가 그라나도스의 '스페인 무곡' 중 한 곡을 치고 있고, 또 다음 곡이 쇼팽의 왈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쇼팽의 왈츠는 당시 오스트리아에 유행하던 왈츠와는 다른 감수성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설명에 혹 하고 시작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관련 용어부터 쫘악 읊자면 이렇다.

당연히 춤추고픈 '왈츠','탱고' ... 그리고 어머나 '미뉴엣', 그런 거였어 '하바네라', 발레 같은 느낌인가 '볼레로' 등이다. 
(아래의 정렬 순서는 그냥 내가 아는 순이다. 다른 이유 같은 건 없다) 

왈츠

'쿵짝짝 쿵짝짝' 손뼉만 쳐도 흥겹지 않을 수가 없다. 왈츠는 온몸이 동시에 리듬을 타는 3/4박자로, 먼 옛날 국민학교(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다. -.,-) 시절에 책상을 치며 익혔던 가락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오스트리아에서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고, 그 리듬을 기반으로 여러 버전이 있고, 그중 쇼팽의 왈츠가 유명하다. 요즘 나는 쇼팽의 왈츠를 연습곡으로 삼으면서, 쇼팽이 도대체 몇 곡이나 만들었는지 세어보았더니 op.번호가 매겨진 것만 13곡이고 그 외 사후에 발견된 것만 해도 5곡이나 되는가보다. 게다가 각 곡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고, 7번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후 더 유명해진 것 같다. 그 외 떠오로는 건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에 있는 '꽃의 왈츠'! 미 쌤이 공연했던 곡이다. 

미뉴엣(Minuet) 

산뜻하고 즐거운 소품곡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프랑스에서 시작된 춤곡이란다. 스텝의 폭이 작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고(불어 minu(작다)에서 파생), 프랑스 궁중에서의 우아하고 약간 빠른 춤곡을 뜻한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그저 산뜻하고 가벼운 실내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무지해도 너무한 정도다. ㅜㅜ 
예전의 초급 소나티네 곡집에서 많이 봤고, 생각나는 건 바흐의 '미뉴엣 G장조', 베토벤이나 여러 작곡가의 소나타의 몇몇 악장에서 종종 보이던 정도이다. 그런데 다들 미뉴엣의 대표적인 곡으로 꼽는 것이, 흔히 유선상 상담원 대기 음악으로 듣던 곡이고, 제목은 보케리니의 '미뉴엣'이란다. 다들 익숙할 만한 곡으로 "따리다리다리닷~ 따닷~ 따닷~따 따디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짜증만 나는 대기 시간에 미뉴엣이라니, 이는 기분이라도 상쾌하라는 나름의 배려인건가. --; 여튼, 미뉴엣은 현재 춤곡이라기보다는 소품으로 자리 잡은 듯하고, 베토벤의 미뉴엣이 많다는데, 언젠가는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파반느(Pavanne)

들을 때마다 뭔가 슬프고 장엄한 느낌에 어쩐지 숙연해지곤 하는 이 곡이 춤곡이라니, 다소 놀랐다. 고요하게 앉아 마음을 다잡고 기도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이 중후한 이 곡에 어떻게 춤을 추어야 하지?라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곡의 분위기는 'Pavo'라는 어원에서 유추할 수 있겠다. 공작새라.. 그러니까 공작새가 꼬리를 펼칠 때의 우아함과 부들부들 깃털이 떨리더라도 기필코 펼치고 말겠다는 장중함, 그리고 뒤따르는 처연함이라 하겠다(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먼저는 실내악으로 많이 편성되는 포레의 '파반느'가 있고, 제목부터 울적해지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있다. 라벨의 곡은 관현악으로 듣고 있자면, 간결하고 우아한 슬픔이 일관하는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공작새의 쫘악 펼친 꼬리의 색조는 나이가 들기 전에는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 그처럼 파반느에 대한 감흥도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 ㅠㅠ

탱고(Tango)

탱고는 열정이고, 정열이고, 사랑이며, 감동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아, 그때에 나는 브라질이며 스페인을 갔어야 했다. 지갑을 재고, 시간을 재고, 마일리지를 재는 게 아니었다, 젠장. 코로나 시대에 이제 더 이상 타국에 발자국 남기는 일은 없을 것 같은 요즘, 더욱 더 깊어지는 후회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정열이라는 단어를 과연 찾아볼 수 있을까. 탱고에 떠오르는 장면은 '여인의 향기'에서 처연하게 여인을 안고 돌리던 알파치노의 탱고이며, 생각나는 작곡가는 단연코 피아졸라의 피 뚝뚝 떨어지는 바이올린 곡들이다. 
비슷한 춤곡으로 '밀롱가(Milonga)'가 있는데 밀롱가는 탱고 춤을 추는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단다(네이버 지식백과).

하바네라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가 있다.  또 하바네라 하면 마리아칼라스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유명한 곡이다. 그런데 같은 하바네라는 2/4박자자의 쿠바 춤이란다. 아마도 박자 때문인지 스페인이라는 지역성 때문인지(그렇지만 카르멘의 작곡가인 비제는 프랑스인이다. 여튼) 뭔가 비슷하면서도 탱고보다는 다소 부드럽고 풍성해 보이는 느낌이랄까. 아직 피아노곡으로 들어보거나 알고 있는 곡은 없다. 

볼레로(Bolero)

스페인의 3/4박자 민속춤곡이다. 캐스터네츠의 박자감이 유독 흥을 돋우는 곡이다. 

폴카(Polka, 보헤미아(체코)), 폴로네이즈(Polonaise, 폴란드), 마주르카(mazurka, 폴란드)

모두 폴란드의 세 춤곡이라 한다. 사실 나 역시 춤곡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바이고, 역시나 소나타집이나 소품곡집에서 자주 보았던 이름들이다. 특히 쇼팽의 피아노곡에서 해당 이름들이 종종 보이곤 했다. 

타란텔라 

역시나 피아노 소품집에 들어있는 이 곡의 유래가 귀여웠다. 독거미 타란툴라에게 물렸을 때 이 춤을 추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었다는데, 그래서인지 타란툴레는 매우 빠르고 강렬한 느낌이다. 

사라방드(Saraband) 

이 역시 춤곡이었구나, 배우고 있는 중이다. 헨델의 사라방드가 제일 유명한데, 흠, 교회음악가인 헨델이 춤곡을 썼다는 얘긴가? 하는 해석이다. 물론 내 맘대로의 평이니, 어디 퍼나르지는 마시길. 

그 외에 쿠랑트(Courante), 가보트(Gavotte, 자꾸 만능 팔을 가진 가제트가 생각나는 '가보트' 역시 춤곡이다. 고섹이라는 작곡가의 가보트, 또 여러 작곡가의 가보트가 있고 역시나 소곡집에서 자주 만나는 곡이다. 흠, 나로서는 음악의 분위기나 내용을 정리하기가 다소 어렵다), 지그(jig), 뮈제트(Musette, 주로 목가풍의 춤곡이고 바흐의 음악에서 처음 접한 듯하다. 사실 그거 말고는 아는 게 없다. Muse에 대한 느낌 때문인지 여신에 대한 찬사 정도로 생각이 들었는데, 뮤제트라는 악기 연주에서 비롯한 것이란다), 알르망드(allemande)  등이 있단다. 

백과사전처럼 완벽하게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느낌만 정리해도 나로서는 개념의 폭이 넓어졌다. 혹시 이후에 각 춤곡을 피아노로 치게 된다면 그 배경을 기억해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휴우,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202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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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가곡들을 한 번 정리해볼까나. 특히 요즘에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 완벽하게 꽂혀 있다. 그걸 칠 수 있기까지 백만년은 걸릴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