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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카미노의 시골들

날라리 빵꾸인생 2024. 7. 26. 23:58

: 시골이라서 시골인데, 너무 시골스럽다고 투덜대는 중인가

그래도 물을 살 곳은 있을 줄 알았다. 사람 사는 곳인데 대규모 마트는 아니어도 구멍가게 정도는 있지 않을까.  과일 하나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생장에서 나누어 준 일정표상에도 분명한 경유지인 숙박 마을이므로 분명 순례자들을 위한 가게는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엊그제 묵었던 곳은 마켓이나 숍이 하나도 없었고, 오늘 역시 마을에 하나 있는 구멍가게는 호텔 조식에나 있는 딸기잼 하나가 1유로인,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바가지만 잔뜩 씌우는 작은 가게 하나가 유일한 가게였다. 이게 카미노의 시골마을이다. 그나마 알베르게에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거나 음료나 음식을 판매한다면 거기에서 먹을거리나 물을 해결하면 된다. 다만, 비싼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숍마저 보기 어려운 마을들이 거쳐오는 길의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시골 동네에서 할 일이 있을 리가, 시간을 보낼 거리가 있을리 만무하다. 동네야 잠깐 5분 정도 돌아보면 끝이고, 성당 문은 굳게 닫혀 있고,그나마 bar가 보이면 거기에 자리 잡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음악을 듣는 게 전부이다. 헌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던가? 마을에 도착하는 시각이 대체로 1시 전후, 씻고 나면 2시이고 bar에 자리를 잡으면 그즈음인데, 그때는 또 씨에스타인지라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 시각에 앉아 있는 사람은 대부분 순례자들이다. 하아, 참으로 고독하다. 그래서 순례자들마저 하릴없는 잠에 빠져든다.


그러고보니 지나치며 감탄하던 마을에서는 좀처럼 쉬게 되지 않는다. 여정상 길의 경로상 쉬기 애매한 지역에 있다. 오늘처럼 부르고스에서 12킬로 떨어진 Tardajos는 그야말로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성당도 열려 있고 벽면 곳곳에 순례자들을 위한 재치 있는 그림도 그려져 있어 분위기가 친절하고 아기자기한데, 그런데 하루에 12킬로만 걷는 것은 아프지 않는 이상 잘 선택하지 않는다. 참 아쉬운 일이다.

2024. 7. 26.
기억 나는 마을들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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