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욕 없는 세계, 스가쓰케 마사노부, 항해, 2017. 예전에 에리히프롬의 를 힘겹게 읽었던 적이 있다. 그때에도 "존재는 소유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는 어줍잖은 내 생각의 근거를 찾기 위해 읽었을테다. 생존을 위한 소유 이외에는 갖추지 않겠다는, 일종의 반발과 다소 치기어린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존재는 또한 소유에 의해서 정의되며, 소유 역시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는 지난 2010년대 중순 이후의 잡지나 트렌드, 사는 방식의 변화를 현장 전문가와의 인터뷰, 심층취재의 방식으로 짚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물건에 대한 인간의 변화된 인식이 세계를, 인간의 사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산업화 시기에는 소비를 부추기고 물건을 채우고 포장함으로써..
: 우유와 유제품을 끊어야 한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녹말음식은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나, 존 맥두걸, 사이몬북스, 2014.목차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일반적인 채식주의자로서, 나의 식습관이 건강한 습관임을 재차 확인했고 또한 혹시나 부족할까 염려했던 단백질과 칼슘 등의 영양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얻게 되었다. 다만, 우유와 유제품, 그리고 견과류와 생선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목차1장 엉터리 의사였음을 나는 고백한다 - 27p 나는 말썽꾸러기 소년이었다│나는 가짜의사였다│환자들이 나의 스승이었다│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얼 먹을까│병원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당신은 환자가 아니다. 고객일 뿐이다 2장 인간은 녹말을 먹는 동물이다 - 43p 밥드셨습니까│녹말은 ..
: 세상의 끝은 피스테라, New born이라는 묵시아 - 마지막 새벽길, 동은 씨와 같이 걸었다. 왠지 동은 씨와는 길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나. - 비가 왔고, 흐렸으나 마음은 편했다. 아,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다. 다만, 마지막인데 새벽별을, 해 뜨는 것을, 푸르스름 새벽 하늘을 못 본 것이 좀 아쉽긴 하다. - 길은 역시, 이름을 날릴 만했다. 예뻤다. 감탄하며 걸었다. - 리레스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호텔을 발견했다. 얼마 만에 만나는 서비스이며, 맛인가. 엄지척! 올려주고 나왔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한 번 머물고 싶다. - 묵시아는 광포한 바람에 휩싸인 마을이었다. 맞고 있자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0km 비석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 마지막 공립 알베르게, 역시나 공립은..
: 피스테라로 오길 잘했다. - 쎄에서 잘 숴었다, 조용히 나섰다. 새벽 바다가 예뻤다. - 14킬로만 걸으면 되었는데도 나의 출발은 이른 아침이었다. 그게 습관 같은 것이 되었다. 오늘 예전의 다른 습관이 생각나서 한참을 서성였다. - 길이 참 따스하고 예뻤다. 왜 여기를 걸어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 - 꺄악, 바다다. 어제도 실컷 봤으면서 오늘 보아도 마음이 뭉클하다. 카미노 길은 무시하고 바다로 걸었다. 그러다 빠졌다, 이런. - 숙소는 2시 체크인이고 일단 배고파서 사과와 복숭아를 사서 먹었다. - 동은 씨를 만났다, 어머나. 정말 같이 걷던 친구들을 다 만나는군. 민경 씨와 점심 또는 저녁을 먹자 했고, 결국 저녁을 먹기로 했다. - 등대를 다녀오자. - 내일은… 묵시아까지 걷기로 했다. ..
: 묵시아는 안 간다는 전제하에. 그.러.나.과.연. 오늘까지만 20킬로이고, 내일 피스테라까지는 14킬로 남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오늘 조금 많이 걸어 피스테라까지 간다. 그러나 나는 여행자이므로, 굳이 애써 힘들게 걸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진정 나는 쉬고 싶다. 그리하여 새벽에 출발하는 일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 생각으로 밤하늘을 보는데, 마지막이라 그런지 또 울컥한다. 별들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는데, 오늘 하늘은 구름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별 하나가 반짝인다. 새벽이어도 해가 뜨지 않으면 밤이다. 게다가 가로등이나 마을의 현관 등조차도 없는 산길은 정말 깜깜해서 랜턴이든 핸드폰이든 켜지 않으면 암흑이다. 발이 검은 장막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 갈매기 소리, 빛나는 윤슬, 머리카락 휘날리는 바람이면 충분하다. - 새벽 산길, 게다가 부슬부슬 비가 나린다. 가방만 커버를 씌우고 그냥 맞았다.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 묵시아와 피에스테라의 분기점, 나는 피에스테라다. 약 13킬로 정도 Cee에 도착하기까지 Bar가 없대고 이미 7킬로 정도 걸어왔으니 약 20킬로는 쉼없이, 물 보급없이 가야 한다. 굶기가 다반사였던터, 화장싦 말고는 걱정이 없다. - 그 때문인지 가는 길에 바나나 등이 도나티보로 놓여 있다. 바나나 하나 들고 1유로를 넣어두고 왔다. - 안개와 구름에 덮인 길이 아스라히 예뻤다. 안경에 빗물이 맺히고, 온몸은 젖어가는데, 길 때문에 마음도 젖는듯했다. 감사했다. - 그러나 또 구름이 흘러가니 금방 맑는 스페인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