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속노화 식사법, 정희원, 문학동네, 2024.가끔은 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식단이며 먹는 습관 중에서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고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제 노화의 징후를 몸 곳곳에서 발견하는 요즘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니 혹해서 빌려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새로운 정보는 없어서 그저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고기는 아예 먹지 않으며, 콩이나 견과류를 이용한 하루 단백질, 잡곡의 습관과 물에 대한 견해 등이 비슷했고, 새로운 건 혈당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되었다는 정도이다.혈당의 급격한 변화는 몸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체중을 늘릴 뿐만 아니라 몸 곳곳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목차Par..
: 명절이 무어가 문제겠는가, 하루 연습을 안하면 도루묵이 되는 내 손과 뇌를 탓해야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했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하루라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손가락이 굳는다. 하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이다. 이번 명절은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광주에 있는 6일 동안, 나는 엄마 시녀 노릇과 마저 읽어야 하는 책 외에는 할 일도 없다. 광주의 피아노 연습실을 찾아봐야겠다. 어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결국은 발리행 티켓을 끊고 말았다. 올 여름방학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방학이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일단, 발리를 끊어버렸다. 인도네시아야 이미 살아본 경험도 있고, 발리도 주구장창 다녔던 경험도 있으니 ..
: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C단조, No. 457어제 받아든 악보는 읽기가 쉬웠다, 몇 마디 안 되긴 했지만 금방 양손이 되고, 리듬도 얼추 따라했다(한없이 느렸지만). 선생님도 그동안 낭만 소품을 해서인지 악보는 잘 읽는다고 (쉽사리 안 하던) 칭찬도 건네주었다. 그러나 뒤에 덧붙이기를 모차르트는 악보는 쉬워요~! 이때 뭔가 싸한 느낌을 감지했다고 해야 하나. 일단 혼자 방에 들어가 무슨 곡인지 찾아서 듣는데, 아뿔싸, 이걸 하라고??? 진정? 내가? 하아.... 본격 소나타다, 드디어. 그것도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모차르트의 곡이다. 두둥. 클!났!따!일단 소나타. 아주 먼 옛날에 소나티네 곡집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했었지! 하는 수준의 기억으로 곡이며 손가락이며 또는 분위기조차 전혀 기..
: 될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과연 될 것인가 벌써 한 달이 넘게 한마디의 스케일을 연습중인데, 선생님은 내 손가락의 여러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개별 연습을 해보라 요청하시고나도 게으름 피지 않고 손가락 연습이며 건반 누르는 연습이며를 열심히 하는 중인데 아직도 내 소리는 고르지 않고, 속도는 단숨은커녕 빠르지도 않고, 다음 시간이 되면 또 다른 문제를 고쳐야 하는 과정의 반복... 과연 될 것인가,왕도가 없고, 그저 연습만이 문제의 해결인 걸 안다,그래서 어제는 한 시간 내내 스케일만 붙잡고 있다가, 재미도 없고, 성질도 나고, 게다가 배도 고파서 뾰루퉁한 채 연습실을 나섰다. 과연 될 것인가,믿는 수밖에... 2025. 1. 20.혹시 빠르면서도 소리는 안 빠지고 리듬도 정박으로 스케일을 ..
: 긴장하지 않으면 몰입되지 않는다학술연수 기간이지만, 회사에 잠시 불려와 다니고 있다. 다음 달까지는 우리 팀에 엄청난 보고서가 밀려들 예정이고, 내가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으면 팀장님과 남은 선생님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테다. 반쯤은 자의로, 반쯤은 타의로 불려와 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역시나 회사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불합리, 부조리함, 부당함, 부적절한 태도 등은 나를 분노케 하는 대상들이다. 나를 대체하는 선생님의 불량한 근무 태도와 마인드는 잠시 함께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화나게 했다. 각설하고,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상에 앉아 꼼짝않고 엄청난 양의 집중도를 발휘하고 연습실에 가면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늘어지기 마련이다. 레슨은 다가오고, 연습은 못했고, 그..
: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하다 보면 결국 이루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초급자와 중급자의 경계는 아마도 무슨 곡을 치는가였을테다. 그래서 다음 곡을 찾을 때에도 '초급'이나 '중급'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검색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초급자의 손놀림과 악보 보는 눈으로 중급자의 곡을 치기란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다소 콩나물이 많고 화음이 많은 중급자의 악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어쩐지 나의 연주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뚱땅거리는 초급자의 소리에 나는 아직 초급자이구나,를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레슨에서 요구하는 바가 조금 달라졌다. (이 문장을 어딘가에 한 번 썼던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소리의 강약과 멜로디와 반주의 구분을 지켜야 하고, 튀는 소리를 제어해야 하며 심지어 호흡..
: 지금은 '주문'이 필요하지 않은 '산책자'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해가 바뀌면 으레 최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수첩을 바꾸는 일이다. 한 해 동안 내 파우치에 끼어 항상 동행해줄 나의 수첩이며, 일년이 지나면 온갖 약속과 스케줄은 물론 잡다한 생각과 잡다한 계산, 메모 등이 수두룩빽빽하게 들어차고 주구장창 들고다닌 탓에 손때묻은 쾌쾌한 냄새가 더 정겨워지는 수첩이다. 수첩을 정리하면 맨 첫장에는 항상 "산책자의 일상" 제목 아래, 문장들이 줄 지어 들어선다. 예를 들면, - 신나는 일은 얼마든지 있어.- 대책없이 명랑, 아이처럼 순진무구- 나의 즐거움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아낌없이, 후회없이, 하염없이 사랑하라.- 의심하지 말고 정열적으로 사랑하라.- 삶의 행위를 열망에 맞춰라.- 타인이..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삶, 시간에 관하여, 캐롤린 스틸, 홍선영 역, 2022, 메디치미디어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득 철학서같고 문득 에세이 같으며, 문득 문화사 같은 책이다. 한참을 재밌게 읽다가 시험이며, 회사 복직이며에 휩쓸려 가방에 주구장창 넣고 다녔더니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요약하려니 엄두가 안 나지만, 그래도 정리하자면 삶 자체가 기계화, 문명화, 산업화 되는 상황에서 음식이라는 초절정 원초적 행위는 인간의 의의를 되살려주는 고유영역이랄까, 그래서 현대문명에 반할 수도, 또는 현대문명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영역이라는 통찰이었달까. 내가 무엇을 먹고 있고, 어떻게 먹고 있으며 나의 행위가 모든 생물과 지구에게 어떤 ..
: 그러니까, 강박하지 않기오늘은 도서관까지 걸어갔습니다, 문득 걷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문득 잡아든 책을 나오기 전까지 읽었습니다, 그 책에 집중하고 싶어서.연습실에서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습니다, 손이 아프거나 싫증 나기 전까지는 피아노를 칩니다. 제주가 생각나면 비행기 표를 끊고.햇살이 좋으면 걷다가 벤치에 앉아 온몸 가득 햇살을 맞습니다. 랜덤으로 틀어놓은 음악 중 맘에 드는 소리가 들리면, 작정하고 그 가수의 곡을 죄다 훑어보고.문자로 안부를 묻는 그녀가 보고 싶어, 냅다 안성까지 쫓아가 얼굴을 마주합니다.조카랑 아이스크림 퍼먹다 내키면 세종 가는 기차표를 취소하고.나가려다 비가 오면 맘을 바꾸고, 주저앉아 따뜻한 차를 한 잔 끓이고. 어쩌다 그 녀석이 생각나도 이제는 그리워도 합니다. 나는 ..
: 왼손을 먼저 세우자, 거기에 오른손을 얹자 리듬, 멜로디, 화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이다. "리듬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으니, 리듬이겠지요"라는 나의 무성의한 대답에도 선생님은 성실하게 설명해주신다. 리듬이 깨지면 모래성처럼 모두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리듬은 왼손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나는 차이코프스키의 왈츠를 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왈츠가 그러하듯 왼손이 무너지면 곡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아니 왈츠가 전개되지 않는다. 이전에 왈츠는 어떻게 쳤더라...그런데 가만 보니 왈츠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쳤던 베토벤의 바가텔도 왼손이 곡의 분위기를 결정했고, 쇼팽의 즉흥곡도 역시나 왼손이 무너지면 오른손 혼자 아무리 잘난척해봐야, 곡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