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무어가 문제겠는가, 하루 연습을 안하면 도루묵이 되는 내 손과 뇌를 탓해야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했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하루라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손가락이 굳는다. 하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이다. 이번 명절은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광주에 있는 6일 동안, 나는 엄마 시녀 노릇과 마저 읽어야 하는 책 외에는 할 일도 없다. 광주의 피아노 연습실을 찾아봐야겠다. 어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결국은 발리행 티켓을 끊고 말았다. 올 여름방학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방학이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일단, 발리를 끊어버렸다. 인도네시아야 이미 살아본 경험도 있고, 발리도 주구장창 다녔던 경험도 있으니 ..
: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C단조, No. 457어제 받아든 악보는 읽기가 쉬웠다, 몇 마디 안 되긴 했지만 금방 양손이 되고, 리듬도 얼추 따라했다(한없이 느렸지만). 선생님도 그동안 낭만 소품을 해서인지 악보는 잘 읽는다고 (쉽사리 안 하던) 칭찬도 건네주었다. 그러나 뒤에 덧붙이기를 모차르트는 악보는 쉬워요~! 이때 뭔가 싸한 느낌을 감지했다고 해야 하나. 일단 혼자 방에 들어가 무슨 곡인지 찾아서 듣는데, 아뿔싸, 이걸 하라고??? 진정? 내가? 하아.... 본격 소나타다, 드디어. 그것도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모차르트의 곡이다. 두둥. 클!났!따!일단 소나타. 아주 먼 옛날에 소나티네 곡집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했었지! 하는 수준의 기억으로 곡이며 손가락이며 또는 분위기조차 전혀 기..
: 될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과연 될 것인가 벌써 한 달이 넘게 한마디의 스케일을 연습중인데, 선생님은 내 손가락의 여러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개별 연습을 해보라 요청하시고나도 게으름 피지 않고 손가락 연습이며 건반 누르는 연습이며를 열심히 하는 중인데 아직도 내 소리는 고르지 않고, 속도는 단숨은커녕 빠르지도 않고, 다음 시간이 되면 또 다른 문제를 고쳐야 하는 과정의 반복... 과연 될 것인가,왕도가 없고, 그저 연습만이 문제의 해결인 걸 안다,그래서 어제는 한 시간 내내 스케일만 붙잡고 있다가, 재미도 없고, 성질도 나고, 게다가 배도 고파서 뾰루퉁한 채 연습실을 나섰다. 과연 될 것인가,믿는 수밖에... 2025. 1. 20.혹시 빠르면서도 소리는 안 빠지고 리듬도 정박으로 스케일을 ..
: 긴장하지 않으면 몰입되지 않는다학술연수 기간이지만, 회사에 잠시 불려와 다니고 있다. 다음 달까지는 우리 팀에 엄청난 보고서가 밀려들 예정이고, 내가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으면 팀장님과 남은 선생님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테다. 반쯤은 자의로, 반쯤은 타의로 불려와 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역시나 회사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불합리, 부조리함, 부당함, 부적절한 태도 등은 나를 분노케 하는 대상들이다. 나를 대체하는 선생님의 불량한 근무 태도와 마인드는 잠시 함께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화나게 했다. 각설하고,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상에 앉아 꼼짝않고 엄청난 양의 집중도를 발휘하고 연습실에 가면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늘어지기 마련이다. 레슨은 다가오고, 연습은 못했고, 그..
: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하다 보면 결국 이루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초급자와 중급자의 경계는 아마도 무슨 곡을 치는가였을테다. 그래서 다음 곡을 찾을 때에도 '초급'이나 '중급'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검색하고는 했다. 아무래도 초급자의 손놀림과 악보 보는 눈으로 중급자의 곡을 치기란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다소 콩나물이 많고 화음이 많은 중급자의 악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어쩐지 나의 연주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뚱땅거리는 초급자의 소리에 나는 아직 초급자이구나,를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레슨에서 요구하는 바가 조금 달라졌다. (이 문장을 어딘가에 한 번 썼던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소리의 강약과 멜로디와 반주의 구분을 지켜야 하고, 튀는 소리를 제어해야 하며 심지어 호흡..
: 왼손을 먼저 세우자, 거기에 오른손을 얹자 리듬, 멜로디, 화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이다. "리듬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으니, 리듬이겠지요"라는 나의 무성의한 대답에도 선생님은 성실하게 설명해주신다. 리듬이 깨지면 모래성처럼 모두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리듬은 왼손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나는 차이코프스키의 왈츠를 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왈츠가 그러하듯 왼손이 무너지면 곡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아니 왈츠가 전개되지 않는다. 이전에 왈츠는 어떻게 쳤더라...그런데 가만 보니 왈츠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쳤던 베토벤의 바가텔도 왼손이 곡의 분위기를 결정했고, 쇼팽의 즉흥곡도 역시나 왼손이 무너지면 오른손 혼자 아무리 잘난척해봐야, 곡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
: 문제가 지속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수준과 단계가 변하면서 다시 제기되는 문제일까손에 힘이 들어가면 손뿐만 아니라 소리도 경직된다. 익히 알고 있으나, 또 한편으로 악보가 익숙하지 않거나 아직 손자리를 익히지 않은 상태라면 당연히 손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지라 손에 힘빼기보다는 악보를 더 익히는 데 주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헌데 요즘 들어 레슨에서 여러 차례 손에 힘을 빼고, 소리를 더욱 또랑하고 맑게 만들라는 요청을 받는다. 연습 중이나 참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한편으로 좌절이고, 또 한편으로는 이게 성장하는 과정인가 하는 설렘도 있다. 내가 'Play it again' 페이지를 언제 채웠던가, 아마도 6개월은 넘었으리라 싶은데, 여튼 오래간만에 돌아와 다시 푸는 이야기가 손에 힘 빼기이다. ..
: 잠시 외도, 잠시 멈춤 시험기간과 그리고 방학 동안 산티아고行으로 피아노는 잠시 멈춘 상태이다. 그랬더니, 하루가 텅텅~ 비어있다. 넘쳐흐르는 시간이 감당되지 않는다, 매일을 분초로 쪼개어 살았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말이다. 그런데 또, 잠시 멈춘다 생각하니, 피아노 앞으로 가지지가 않는다. 어차피 3개월 후에 다시 앉으면 다 잊혀질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자꾸 미루고만 있다. 그 대신, 책을 들고, 음악을 듣고, 비 오는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중이다. 거참, 이율배반적이다. 잠시만 다녀오겠다. 피아노야, 다녀와서 보자. 두려운 건 또다시 백지가 되어 있을 머리와, 물렁해질 손가락 근육이랄까...... ㅠㅠ 2024. 7. 1.
: 소리의 양감 찾는 중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저 소리를 흉내낼 수 있을까가 선생님이 시범을 보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피아노, 둘 모두 페달은 안 밟고, 같은 자세로 치는 소리가 어쩜 이렇게나 다를 수 있는지, 선생님의 소리에 감탄하느라 종종 선생님이 알려주려는 의도를 놓치곤 한다. 어쩌면 그 소리의 차이를 나는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손가락을 건반 위에 수직으로 세우고 손바닥은 아치를 만들어 공기를 품은 채 손가락 끝에 힘을 전달해 정확히 내려쳐야 한다. 때로 양감이나 무게감을 싣고 싶다면 몸의 힘이 손끝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표현이..). 그러나 아는 것과 실제 표현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 손가락의 근육도 단단하지 않고, 손가락의 독립도 어설프고, 심지어 악보 보느..
: 요즘 시간을 느끼는 방법 내게는 그라마폰에서 묶어 판매하는 CD 40개짜리 피아노선이 있다. 원래는 그라마폰에서 발매되는 개개의 피아니스트 앨범인데, 그걸 한데 묶어 시리즈처럼 만든 작품집이라고 해야 할까. CD도 비싸고, 뭔가 엄선하여 고르는 것도 귀찮은 어느 때에 덜컥 사버린 박스형 앨범이다(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재즈가 있다). 요즘 나는 그걸 한 장씩 꺼내 CD 플레이어에 올리고, 그냥 틀어둔다. 대개 한 앨범당 짧으면 50분, 길게는 80분이다. 한 앨범이 끝나고 음악이 끊기면, "벌써 1시간이 지났군." 어깨를 펴고 일어나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읽거나 쓰는 일로 돌아간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판이 끝나는 것으로 시간을 가늠한다고 해야 할까. 하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