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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을 먼저 세우자, 거기에 오른손을 얹자
리듬, 멜로디, 화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이다. "리듬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으니, 리듬이겠지요"라는 나의 무성의한 대답에도 선생님은 성실하게 설명해주신다. 리듬이 깨지면 모래성처럼 모두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리듬은 왼손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나는 차이코프스키의 왈츠를 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왈츠가 그러하듯 왼손이 무너지면 곡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아니 왈츠가 전개되지 않는다. 이전에 왈츠는 어떻게 쳤더라...
그런데 가만 보니 왈츠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쳤던 베토벤의 바가텔도 왼손이 곡의 분위기를 결정했고, 쇼팽의 즉흥곡도 역시나 왼손이 무너지면 오른손 혼자 아무리 잘난척해봐야, 곡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 그뿐이랴, 앞으로 내가 잡게 될 많은 곡들에서도 왼손의 비중과 역할은 상당할테다. 나는 왼손을 얼마나 연습했던가. 아니 왼손의 움직임과 소리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던가.
악보들에서 왼손은 오른손에 비해 까다로움이 덜하다. 그렇다 보니 왼손은 일단 손 자리를 잡고 나면 그 다음은 뒷전으로 미뤄진다. 오른손의 손자리를 잡아야 하고, 멜로디를 드러내는 오른손의 소리에 더 신경쓰게 되니 말이다. 한참 오른손이 얼추 갖춰졌다 싶으면 양손으로 곡을 치기 마련이다. 그리고서 곡의 소리에 집중하는데, 그동안 나의 소리나 곡의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왼손을 그만큼 연습하고 고민하지 않아서일까.
왼손을 먼저 세워야겠다. 그리고 그 위에 오른손의 멜로디를 얹어야겠다. 그리고 곡의 분위기는 왼손이 좌우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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