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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하지 않으면 몰입되지 않는다
학술연수 기간이지만, 회사에 잠시 불려와 다니고 있다. 다음 달까지는 우리 팀에 엄청난 보고서가 밀려들 예정이고, 내가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으면 팀장님과 남은 선생님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테다. 반쯤은 자의로, 반쯤은 타의로 불려와 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역시나 회사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불합리, 부조리함, 부당함, 부적절한 태도 등은 나를 분노케 하는 대상들이다. 나를 대체하는 선생님의 불량한 근무 태도와 마인드는 잠시 함께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화나게 했다.
각설하고,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상에 앉아 꼼짝않고 엄청난 양의 집중도를 발휘하고 연습실에 가면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늘어지기 마련이다. 레슨은 다가오고, 연습은 못했고, 그런데 몸은 또 너덜너덜하고. 그러자면 이어지는 연습도 늘어지고, 악보는 안 보이고, 손가락도 제멋대로이고, 재미도 없고 총체적 난국이다. 연습실에서 나오는 몸과 마음은 더더욱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엊그제는 시간만 죽이는구나 하는 마음에 울 뻔 했다. ㅠㅠ
그런데 레슨을 앞둔 당일날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한 시간 후에는 선생님 앞에서 그동안 연습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몸 상태가 어떠하건 온몸의 기운을 짜내 초절정 몰입을 시현했다. 심지어 그날은 전날 카페인이 야기한 불면으로, 아침부터 머리며 몸이 둔중한 바위에 눌려 있는 채였다. 그런데, 어라랏! 긴장 때문인가, 한 시간 참으로 알차게 연습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당장 발등 앞에 떨어진 불이라는 생각, 더 도망갈 데가 없다는 긴장감이 나의 연습을 채우니, 레슨 시간에도 떨거나 핑계를 늘어놓지 않고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긴장과 몰입의 힘이다.
나름 나의 몰입과 집중력은 자산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제한된 시간과 체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많은 욕심을 내는 건 그 자산을 믿는 심정이기도 하다. 다만,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예전만 못한 게 안쓰러울 뿐이었다. 헌데 많아진 나이를 보완해줄 대체재를 찾은 느낌이랄까, 이제 연습에 '긴장감'을 부여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나를 속여야 할테다,
지금밖에 연습할 시간이 없어.
2025. 1. 10.
아, 그런데 피아노를 칠 때 긴장하면 손가락이 굳어지면서 소리도 먹먹해진다. 연주할 때는 긴장감 대신 (엄청난 연습에 기반한) 여유와 몸에 힘을 빼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 아, 어려운 피아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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