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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철, 인생의 역사, (주)난다, 2022. 

읽다가 자꾸 멈추어 서서 생각을 다듬는다. 자꾸 나를, 내 외로움과 사랑과 슬픔을 건든다. 그래서 이 책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 중이다. 사는 건 오늘, 지금, 여기에 발 딛고 나날들을 채우는 것이며, 또한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들, 내가 존재해야 한다고 바라봐주는 것들을 살며시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그들의 시와 신형철의 이야기로 곱씹어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나는 사랑해야겠고, 타인을 용납해야겠다. 

-시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면모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행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 첫 시선의 놀라움, 창가에서의 그리움, 첫 산책의 설렘. 그 모든 '첫'들이 지나고 나면 연인들은 멀어진다는 것. '서로를 마시는' 행위인 키스조차도 이렇게 변질된다. "얼마나 그때 기이하게도 마시는 자는 그 행위로부터 멀어져가는가!" 이 구절은 아름답고 가혹하다. 마시는 자가, 마시는 동안, 마시는 행위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모습. 그렇게 사랑은 끝난다는 것.... 그래서 "살며시 어루만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임을." '절제하는' 사랑의 역설적 깊이, 즉 '절제'란 사랑이 탕진되지 않도록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일 것이다.

- 시를 통해 들여다보는 나에 대한 성찰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김수영, 봄밤 중) 
: 책을 태우고 머리를 깎고 미친 척을 하면서 한 그 약속을, 양생이나 이생처럼, 지켜냈다. 평생을 두고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으니, 그의 생은 내내 고달팠겠으나 단 한 순간도 무의미하지는 않았으리라. 

낡고 바랜 책장에 자꾸 손이 간다, 삶의 의미를 갈망하는 모든 스쳐갔던 이들이여, 절망과 우울에도 그저 견뎌내기를..

 

목차
책머리에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

프롤로그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_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1부 고통의 각 
가장 오래된 인생의 낯익음_공무도하가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_욥기
언제나 진실한 것은 오직 고통뿐_에밀리 디킨슨의 시 두 편
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_에이드리언 리치, 강간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_최승자, 20년 후에 지 芝에게
2부 사랑의 면
그대가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_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_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_이영광, 사랑의 발명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보내는 사랑_나희덕, 허공 한줌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_메리 올리버, 기러기 
3부 죽음의 점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_김시습, 나는 누구인가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_W. H. 오든, 장례식 블루스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_황동규,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_윌리스 스티븐스, 아이스크림의 황제
운명이여, 안녕_한강, 서시
4부 역사의 선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_고대 그리스의 서정시 두 편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_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그러나 문학은 기적적이다_황지우, 나는 너다
광화문에서 밥 딜런이 부릅니다_밥 딜런, 시대는 변하고 있다
아름다운 석양의 대통령을 위하여_신동엽, 산문시 1
5부 인생의 원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임의의 다른 절망_이성복, 생에 대한 각서
단 한 번의 만남이 남긴 것_레이먼드 카버, 발사체
절제여, 나의 아들, 나의 영감靈感이여_김수영, 봄밥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_필립 리킨, 나나들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_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부록 반복의 묘 
에필로그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_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202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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