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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thoughts

타인에의 권유

날라리 빵꾸인생 2019. 11. 30. 14:20

: Shall we...?

사실 내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소심하고 고요하게 저 혼자 노는 법만 잔뜩 배워온 인생이다 보니 타인과 같이하는 법을 잘 모를 뿐더러,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슬며시 끼어들어 잠시 향유하고 슬며시 빠져나오는 매우 이기적이고 소심한 인생이라서 말이다. 의견을 내세운다는 건 책임을 의미하고 어떤 주도성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나의 게으름 때문에라도 잘 시도하지 않는 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은 나의 최대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에 전화 걸어 같이 하자며 권유를 하고, 끊고 나서는 내가 뭐하는 짓이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은근슬쩍 타인에 권유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래서 꽃차모임도 생겨나고, 자잘한 술자리도 빚어지고 근교로 나가는 일이 잦아져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욱 바쁜 요즘이다. (연말 특수를 제외하고서도 그렇다) 그러자니 바빠서 나를 들여다보기는커녕 집에 쌓여가는 먼지도 제때 못 거두고 있다. 수첩에도 피아노 외의 우선순위들이 한가득이고, 겨우겨우 일정들을 소화하고 나면 아직 한 페이지도 못 넘겼는데, 책은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시기가 된다. 

왜 그럴까, 권유를 건네놓고 문득 드는 생각이다. 친구들에게 연락 없다 구박 받는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에 손을 뻗어본 적이라고는 무언가를 건네받을 때 말고는 없는 내가 먼저 나서서 주동하는 이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워하는 중인가? 혼자 있는 시간에 지칠 만큼 지쳐서일까. 혹은 앞으로 더욱 외로울 것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어떤 타인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서일까. 질문은 많아지고, 변화에 대한 답은 딱히 없다. 또한 사람들 속에 쌓여 있어서 내가 더 많이 행복해졌다는 확신도 없다. 

자, 그럼 나는 이 변화를 되돌리고 싶은가?.... 음....... 그러니까... 이런.... 그러자니.... 대답은 '네' '아니오' 둘 중의 하나 단순한데, 마음은 1초에 한 번씩 방향이 바뀐다. 네. 아니오. 네! 아니오! 네? 아니오? 아, 어쩌란 말인가, 마음이여. 

어쩌면 피아노를 칠 때와 마찬가지(피아노를 치는 일도 생각으로 재려 했다면 시작도 못했고, 이러저러한 비효율을 이유로 진작 그만두었을 일이다)로 내 남은 인생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조정하려 들지 말고, 그저 흐르는 대로, 누군가 시키는 대로 내비두어야 할까 싶다. 사람이 없으면 없이 혼자인 대로, 더불어 같이 하면 또 하하호호 통쾌하게 웃어가면서, 부러 어떤 상황들을 만들려 노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처한 상황에 맞게 처신하면서, 행동의 이유 같은 건 찾아 무엇하랴, 그 순간을 만끽하면 됐지, 머릿속을 비우고 말이다. 내가 그동안 인생을 정형화하고 그 틀에 붙박혀 살아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테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할 때이다, 타인의 평가 같은 건, 나의 책임 같은 건 개나 줘버렷! 가진 것도 많지 않은 주제에 잃어버릴까 떨고 있는 형국이라니, 우스울 뿐이다. 

나는 내일 또 누군가에게 또 어떤 권유를 하고 있을지...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된다. 자, 

"Shall we .....?"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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