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왼쪽 새끼 손가락 관절염, 두둥

날라리 빵꾸인생 2020. 8. 19. 16:20

: 이!럴!수!가!

큰일났다. 카페의 관절염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아직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왼손 새끼와 약지, 손등이 아무래도 염증 반응인 듯하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퉁퉁 부어 있고, 다소 관절이 굳어 있으며, 움직이려면 약간의 통증이 유발된다. 

아닐 거야, 피아노 때문은 절대 아닐 거야, 뭔가 다른 문제일거야 생각하면서도 사나흘 피아노를 쉬었더니 괜찮아지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연습을 해야 해서 다시 1시간씩 조심하며 연습할 때에는 괜찮더니, 다시 두어 시간 좀 넘게, 게다가 Oriental의 왼손 소리를 더 이쁘게 만들겠다고 다소 무리하였더니, 오늘 다시 왼손이 붓고, 관절 통증이 유발되어 잘 안 접힌다. 아, 큰일났다. 젠장, 된장, 젠장, 망할.... 

피아노가 아닌 다른 이유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휴가 내고 정형외과에 찾아가 대충 설명했더니,
의사 쌤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아주도 간결하게,
쉬란다.
답이 명확해 검사해 볼 것도 없단다.
한숨 쉬는 내가 다소 안타까웠는지, 의사 쌤이 장기적으로 생각하란다.
너무도 맞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뭐가 그리 억울한지 말이다, 지금껏 세네 시간 연습해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항변하였더니, 이제는 한계치라고 손가락이 경고하는 거라고도 덧붙이신다. 그 말에, '한계치'라는 말에 뒤통수 맞는 느낌이었다. 아, 그동안 손가락은 어쩌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옥타브 화음 때문에 쫘악 찢겠노라고, 또는 4번 손가락에 근육 좀 만들겠노라고, 화음을 동시에 내겠노라고 애를 썼던 것은 손가락에게는 무리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소 쉬어가자고 내게 알려주는 사인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다시 손을 살펴보니 예전보다 굵어진 관절과 깊어진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손이 이렇게나 늙었다니.. 

낮에는 근무시간에 자판을 치거나 글씨 쓰느라 노동하고, 퇴근하고서는 피아노 치느라 그야말로 쉬는 날 없이 고생하기만 한 손이다. 맨날 힘이 안 빠진다며 타박만 하고, 소리가 부드럽지 않다고 몇 번이고 건반을 내리치고, 손이 짧다고 시간 날 때마다 쭉쭉이를 하던 나다. (그러고 보니 4번 손가락 힘을 기르자면 PT를 알아봐야 하나.. 생각까지 했었다. ㅜㅜ) 괜시리 미안해졌다. 그래서 병원 다녀온 담날부터는 아예 피아노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래, 지금 쉬어주어야 손이 건강해져서 오래오래 같이 놀지. (물론 몸과 정신의 지루함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아, 이제는 퇴사하고 하루종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습해야지... 하는 목표는 다소 수정해야겠다. 그러다가는 얼마 못 가 피아노와 안녕하는 사태를 빚을지도 모르므로. 그저 꾸준하게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내 몸부터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2020. 8. 19.

---

모두모두 건강에 유의합시다.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