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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쉼 후 첫 레슨~

날라리 빵꾸인생 2021. 4. 13. 13:22

: 그 설렘과 덤덤함의 이중창, 그리고 "부라보~"

선생님 옆에 앉혀 두고 치다보면,
대개는.
생전 안 틀렸던 곳도 틀리고,
속도는 지 맘대로 날아가고, 
잘 보이던 악보도 안 보이고, 
샾이고 플랫이고 계산이 안 되고, 
급기야 손목이 들리고, 힘이 들어가 소리가 뭉툭해지고
"아, 이러지 않았는데!"를 남발하며 선생님께 지금이 너무 안 쳐진다는 것을 감안해달라는 사인을 보내게 된다. 
대개는이라기보다, 매번이라고 하는게 더... ^^ 여튼. 

오늘은 코로나 이후 6개월만의 레슨이고 그 사이 선생님이 바뀌어 이 선생님과는 첫 레슨인 셈이다. 
그래서 내 수준이나 습관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무엇을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서로를 소개하는 날이다 생각하고 가볍게 마주앉은 날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수업 전까지 긴장이라고는 1도 없었다. 하하호호 거리며 잘 부탁드린다 인사하고 앉아서 체르니며 왈츠를 쳐보는 중인데. 
하아. 역시나 또 긴장하고 만다. 앞서의 "대개는~"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쩜.. --; 

아무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인 걸까. 어차피 몇 번 레슨이면 다 뽀록날 일인 것을. 
아니면 연습이 엉망이었던 걸까. 그동안 내 맘대로 치긴 했다.
아니면 맨날 연습하던 익숙한 장소가 아니어서 그런가.. 별별 생각이 드는 찰나. 선생님이 한 마디 툭 건네셨다. 

"생각보다 소리도 좋고 잘하시는데요." 그리고 간간이
"부라보~ 잘하셨어요!" 

칭찬이라니... 너무도 쑥스러운데, 한편 그말을 들으니 긴장됐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어쩜. 이걸 바라신건가. ㅋ 그리고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도 조금은 내려앉고, 슬슬 악보도 보이기 시작한다.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곡. 그제서야 레슨이 시작되었다. 악보를 짚어가며 이 부분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내가 잘못 친 부분은 다시 쳐본다든지, 반음계를 칠 때 손가락은 어디가 편한지, 이 부분의 손가락은 이렇게 해보라던지. 그렇게 한 곡을 몽땅 짚어 가신다. 

갑자기 선생님이 기대된다고 할까,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할까, 물론 무지막지한 요구사항에 연습이 절대적인 상황이 되었지만, 마음이 설렜다. 히히히. 게다가 자꾸 틀렸던 부분을 안 틀리고 넘어가면, 너무도 힘찬 "부라보~"를 들려주시니, 정말 내가 잘한 듯이 기분이 든다. (그전까지 내게 부라보는 아이스콘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 

먼저, 나는 피아노 독학을 열렬히 지지한다. 잘 치고 못 치고는 상관 없이, 환경이나 수준과도, 또 장르에도 상관 없이 다들 어디서고 어떻게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너무나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슨을 받으면서 드는 또 다른 마음은 이게 '지름길'이라는 걸 거부할 수는 없겠다는 점이다. 나를 피아노 앞으로 이끌게 하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저 즐기는 데서 나아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나아지게끔 채근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머리 쥐뜯고 손가락 깨물어도 도통 모르겠는걸 한방에 해결해 주거나 또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데서도 그렇다. 

오늘 다시 레슨을 받으면서 좌절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고, 
연습의 지향점을 요구받은바 목표가 명확하게 생겨났다. 

게다가 문제지점을 넘길 때마다 '부라보~' 외치는 선생님이, 흠.. 나는 마냥 귀여워 죽겠다. 성인인 나는 안다, 그게 학습자의 기를 살리려는 레스너의 몸부림이라는 것을. 기죽지 말고 부응해야겠다. 선생님도 "부라보~" ^^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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