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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again

장중함의 표현, 오히려 가벼워져라

날라리 빵꾸인생 2019. 2. 15. 14:48

: 손가락에 힘 빼기

사실 이 느낌이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단지, 아직까지 피아노를 치는 데 손이 무겁고 둔탁한 나의 현 상황에서 느끼기에 장중함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장중해지겠다며 손에 더 힘을 주어 누르기보다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손끝의 터치를 느끼며 건반을 눌러야 한다는 깨달음 정도이다. 아마도 이후에 나의 실력이나 손가락의 누르기가 좀 더 다듬어지면 장중해지고자 할 때는 손가락에 그만큼의 장중함을 실어야 한다고 달리 말할지도 모르겠다. (혹여 지나가다 이 블로그를 보시고 의견이 있으면 답글로 달아주셔도 좋습니다. ^^) 

지금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한창 치고 있다. 악보의 손자리는 모두 익혔고, 대략의 부분은 외우기도 하는데, 문제는 캐리비안의 장중한, 그러면서도 해적이 날아다니는 산뜻한 느낌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왼손의 8분의 6박자 강약약을 조절하는데도 한참이 걸리는 중이다. 

선생님의 연주를 들여다보면 손가락이 가볍다. 흠, 이를 달리 표현하면 손끝만 견고하게 세워 있을 뿐 손등이나 손가락에 힘줄이 보인다거나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단단한 상태가 아닌 여리여리한 상태의 지속이다. 그러면서도 소리는 굉장히 웅장하고 가벼워야 할 때는 음감이나 터치 매우 가볍고, 그래서 대비가 분명해지면서 장중함이 연주 속에 아련히 퍼진다. (물론 나와는 달리 페달을 잘 이용하겠고, 손가락의 힘이 아닌 몸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여튼) 

그런데 내가 마음을 다잡고, 웅장하고 장엄하게 쳐야지! 하고 손에 힘을 주어 누르면 누를수록 소리는 더 둔탁해지고, 손가락이 무겁고 단단해지니 정작 가벼워야 할 때도 뭉특한 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이며, 소리 강약의 조절도 불투명해진다. 

그래서 어제는 연이어 연습하는 중에도 소리가 자꾸 뭉툭해져서 '에라 모르겠다' 틀릴 때 틀리더라도 선생님 따라 가볍게나 치는 흉내라도 내볼까 하고 오히려 어깨에 힘뻬고 가볍게 손가락을 날렸더니, 어라, 소리가 오히려 웅장해지고, 선생님처럼 가볍게 날아야 하는 때도 훨씬 쉽게 날아올라 소리의 대비가 분명해졌다. 

"아하, 장중하려면 오히려 가벼워야 하는구나!" 

비로소, 가벼움의 맛을 조금 보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지금은 장중해지기 위해 반대로 손가락에 힘을 빼는 중이다. 

피아노를 치게 되면서 나의 속성을 알게 되는 일도 많아지고, 또 한편으로는 인생과 결부된 면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가벼움의 경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사에 심각하고 인상만 쓰고 있다고 해서 삶이 진중해지고 진실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벼워야 할 때는 한없이 가벼울 수 있어서 더 풍요롭고 장엄(!)한 삶의 결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정작 힘을 주어야 하는 곳은 손가락이 아니라 팔이나 몸 전체이듯이, 내 인생에 있어서도 어딘가 잘못된 부분에 힘을 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성찰도 해보아야겠다. 

(생각 정리 없이 어제 느낌을 남기려니 결말이 억지다. 고민해서 수정해야겠다.)

2019.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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