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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again

8분의 6과 4분의 3

날라리 빵꾸인생 2019. 1. 31. 19:19

: 같다는 착각, 거기서 비롯된 오류



박자는 학교에서 배운다. 누구나 빠질 것 없이, 공부에 전혀 흥미가 없다 하더라도 음악 시간에 박자도 배우고 리듬도 배우고 노래도 배운다. (피아노 치는 법도 가르쳐 주었으면 나는 진득하게 배웠을까???? ^^;;, 여튼)
그래서 이 정도는 안다.
8분의 6박자는 꼬리 달린 콩나물 8분음표가 기본이고 한 마디에 6개 들어 있다는 것 정도.
4분의 3박자는 꼬리 없는 콩나물 4분음표가 기본이고 한 마디에 3개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이런 유추도 했다.
꼬리 달린 8분음표 두 개는 곧 4분음표 하나이니
8분의 6박과 4분의 3은 같은 게 아닐까, 그러니까 수학의 약분을 여기서도 강행했달까. —;

그래서 4분의 3이 원 앤 투 앤 쓰리이니
8분의 6도 원 앤 투 앤 쓰리로 냅다 구겨넣었더랜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치는 곡과 내가 치는 곡의 맛이 현저히 달랐다. 아니 내 연주는 맛이라기보다 뭔가 밋밋한 회색빛 시베리아이고 쌤은 그야말로 장중하게 바다에서 공중전을 불사하는 해적의 장엄한 신남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리고 쌤은 내게 조용히 요구하셨다.

“8분의 6박자에요. 원투쓰리, 원투쓰리”

그 얘기는 캐리비안 해적을 처음 시작할 때도 언급됐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났다, 단지 내가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쌤은 내가 새로운 곡을 시작할 때마다, 그게 체르니이건 소나티네이건 박자와 빠르기를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이건 4분의 4박이에요. 알레그로네요”
“이건 4분의 2박, 경쾌하죠.”
“이건 4분의 3박, 왈츠느낌이에요.” 등등

왜 매번 얘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쌤이 일부러 짚어주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 생각 없었을까?
아니 오히려 다 아는 내용을 왜 굳이 다시 짚는지 의구심이 들 뿐이었다. ㅠㅠ

그런데 엄연히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러니까 비트로 따져보면
4분의 3은 강 약 약으로 3개의 박자, 3번의 손뼉(쿵 짝 짝)으로 나뉘는데
8분의 6은 강 약 약, 중강 약 약으로 나뉘고 손뼉으로 치자면 쿠웅~ 쿠웅~두 번으로 나뉜다.
그래서 박을 쪼개는데도 원투쓰리, 원투쓰리가 되는 논리이다. (아, 말로 하니 어렵네 ㅠㅠ)
그러한데 8분의 6박자곡을 4분의 3박에 맞춰 연주하니 엉망이 될 수밖에.

그저 안다고 생각했고, 같다고 생각했다, 내맘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여러 번 느끼는 것이지만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꾸 내 성격상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수정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를 몸소 익히게 된다. 하지만 고치지 않으면, 제대로 알고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인생에서는 더 바랄 게 없다 해도 피아노는 풍성해지고 싶으니 고치지 않을 수 없다.
모르는 건 모른다 하자, 내맘대로 다른 녀석들을 같다고 우기지 말자, 내 식대로 하겠다고 고집부리지 말자, 제발. 이제 에둘러가기에는 인생이 짧아졌으므로.


에고, 갈길이 멀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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