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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again

과연? 과연! 과연.

날라리 빵꾸인생 2021. 12. 13. 15:07

: 아듀, 2021. 

세월은 훌러덩훌러덩 흘러 벌써 2021년의 마지막 달이고, 오늘부로 2021년은 딱 17일 남았다. 시간을 세는 건 의미없고, 심지어 날과 달이 가고 해가 가는 것도 그저 기억하기 쉬운 분류일 뿐 그게 인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매년 연말이면 마음이 다소 싱숭생숭해지고, 수첩도 정리하게 되고,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건 또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이번 달은 그동안 피아노 연습을 좀 게을리한 데 대한 반성과 아무래도 3곡은 외워 치자는 스스로의 목표를 채우려고 그렇게 쫓아다니던 수영을 쉬고 있고, 발레도 딱 그 시간만 충실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든지 매일 피아노 앞에 앉는다는 야심찬 목표를 책상 앞에 떡하니 붙여놓고 매일 다짐하는 중이지만, 
한달의 초반 일주일은 진짜 피아노 앞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올 한 해 나의 유일한 여행이었던 제주를 다녀왔고, 그 덕에 한동안 피곤에 쩔었고, 연말이라 슬그머니 몰려드는 일은 어쨌든 부지런히 해치워야 해서, 모임 한 번 안 가고 식사 한 번 못했지만, 덩달아 피아노 앞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끌벅적했던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 온 가족이 모두 각자 집으로 떠나고, 비로소 온전한 혼자의 시간을 맞이하자 나는 난장판된 집안을 버려두고 연습실로 갔다. 레슨이 낼모레, 숙제도 있지만, 어떻게든 올해가 가기 전에 3곡을 외워 쳐보는 것이 내 피아노 인생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세 곡이란 먼저 차 아저씨의 바카롤레, 쇼팽의 녹턴과 지금 붙잡고 있는 가곡 세레나데이다. 이 중에 세레나데와 녹턴은 이제 그 형식에 익숙해져 미스터치하는 곳만 정리하면 얼추 곡은 틀리지 않을 수 있고, 바카롤레는 공포의 몇 구간만 제외하고는 흐름은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정도랄까. 물론 내가 듣는 피아니스트의 곡들과는 너무도 차이가 있는 연주 수준이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이들을 칠 수 있다는 것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그 곡들의 템포를 조금이라도 올릴라치면 악보를 헤매 버벅거리고, 다시 멈추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도 요 며칠 인상 팍 쓰며 붙든 덕에 겨우 찾은 예전의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12월 1일에 작심하고, 바뀐 레슨곡을 연습하느라 제껴두었던 바카롤레와 녹턴을 다시 치겠다고 악보를 펼치고 야심차게 쳐보는데, 아, 정말 심각한 배신감과 좌절감에 한동안 방황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쩜, 그렇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그새 눈은 더욱 침침해져 악보 보느라 건반에서 손을 떼기가 일쑤였으니, 진짜,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1. 아, 왜 내가 조금이라도 쳐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백지는 아닐텐데. 
2. 왜 내 기억력은 요모양 요꼴일까,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몽땅 까먹었다. 
3. 머리는 그렇다치고, 내 손은 또 왜 자꾸 미스터치인데... 손에 익게 하겠다며 한 시간 내내 딱 4마디만 주구장창 치던 노력들은 다 물거품이 되었단 말인가.  

피아노란 녀석, 너무 어렵다. ㅠㅠ

그럼에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어케든 외워볼 참이다. 바카롤레는 다시 4마디 집중연습을 하고, 자꾸 헷갈리는 부분도 암기노트 만들어 외우고, 마지막 부분도 솔파미레도시 공식을 만들어 외워야 한다. 녹턴은 왼손의 여린음을 유지하고 폴리리듬을 부드럽게 이끌도록 연습, 그러자면 무조건 암보해야 한다. ㅠㅠ 세레나데는 페달에 소리가 묻혀 너무 지저분하다, 그리고 오른손의 윗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흠... 과연 남은 기간 동안 될까? ㅋㅋㅋㅋㅋㅋㅋ 좀 허무맹랑한가. --; 두고보자. 과연. 

2021. 12. 13.

 

 

 

 

 

 

출처: Josef Hofmann, <피아노 레슨비법 24>의 재인용 /  https://blog.naver.com/sallyoyj/222391779669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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