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lay it again

체르니가 쉬워졌....

날라리 빵꾸인생 2022. 2. 9. 17:53

: 다고 생각했는데, 체르니 30을 2년이나 잡고 있었다. 

1월 내내 야근이며, 2월 연휴며 여튼 레슨 시간이 가뭄에 나는 콩만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어제도 2주만의 레슨을 가는 중인데, 대개는 레슨보다 일찍 도착해 손을 풀고, 악보 흐름도 좀 더 보고, 맨날 틀리는 곳 한두 번 더 짚어보고 하는 수순인데, 어제는 레슨시간 맞춰 가기도 빠듯했던지라, 대략 잘해보려는 건 포기하고, 레슨이나 취소하지 않게 됨을 감사하자며 올라갔다. 선생님은 나를 기다리다가 오늘도 안 오는가보다며 나가시는 중이었고, 문 잠그는 선생님과 딱 부딪혀, 고대로 레슨실로 올라가 악보를 펼쳐들고 바로 쳤더랬다. 

나는 레슨 전에 풀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선생님은 '손을 푼다'는 표현을 쓰시는데, 나는 손뿐만 아니라,
일단 눈에 힘을 주고 콩나물 악보를 익혀야 하고(눈 풀기라 해야 할까), 
머리를 풀어 안 되는 부분의 화성도 냅다 외워버려야 하고(뇌 풀기),
그게 안 되면 손이라도 열 번씩 쫙~쫙~ 짚어보고, 몇 번 더 전체를 쳐봐야(이게 손 풀기 정도일까), 
비로소 그나마 선생님 앞에서 덜(!, 여기서 중요한 건 안 틀리는 게 아니라 덜 틀리는.. ㅜㅜ) 틀리게 된다. 

그런데 악보 펴고 바로 시작하다니, 역시나 총체적 난국이다. 

헌데 요즘 들어 느끼는 건, 체르니가 예전보다 좀 수워졌다는 거다, 이게 뭥미. 
작년 중반만 해도 체르니가 너무~ 괴롭힌다며 입 내밀고 손 무겁게 억지로 억지로 연습하고, 
싸우자고 난리 쳐도 그것도 한 곡에 한 달은 투자해야 겨우 넘어가나 싶었는데,
요즘은 몇 번 치고나면 뭔가 금방 익숙해지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27번은 바로 다음 레슨에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지금 28번이고 이것도 다음 시간에 확인하고 넘어가겠다 하신다. 호호호) 

순간,
"선생님이 너무 헐렁해지셨나, 왜 그러지?"
했더랬다. 

그런데 손의 자연스러움은 치는 나도 좀 느껴지고, 
그래서 예전처럼 한없이 힘이 들어가거나 둔탁해지는 소리도 별로 없고,  
물론 체르니의 속도를 높이자면, 아직도 뇌의 용량 부족으로 틀리거나 멈칫거리기 일쑤지만 말이다. 

그래서 문득, 내가 늘었나?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움하하, 역시 인내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복인가. 

"선생님, 이상해요, 요즘 체르니가 쉬워졌어요!"

(여기까지만 쓰자, 
체르니 시작한 지 벌써 2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은,
그래도 익숙해질 만한 때를 훨씬 넘겼다는 팩트는,
오늘은 상기하지 말도록 하자. ㅎㅎㅎ)

2022. 2. 9.

 

 

'play it ag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나의 못난이  (2) 2022.02.23
요이똥! 체르니 40!  (2) 2022.02.23
클났다, 올해는 책 좀 읽어볼라는데.  (0) 2022.02.07
으아악, 어려워.  (0) 2022.02.07
우리 연습실!  (2) 2021.12.14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