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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유일한 목적을 기억하자. 오로지 두 발로 온전히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것뿐이다.
어제만 해도, 그러니까 허벅지 근육 경련으로 이대로 중단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저 어떻게든 콤포스텔라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게 하루에 10킬로뿐이든, 동키를 이용해서든, 또는 버스를 타고서라도 하루하루 걷는 걸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대로 한국에 간다면 그 좌절과 절망감에 한동안 매우 괴로울 것 같았다. 그보다는 짐을 보내고서라도, 두 발이 안 된다면 버스를 타고서라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하루를 온전히 쉬고 나니 걸을 수 있었고, 심지어 짐을 빼긴 했지만 배낭을 메고서도 5킬로, 10킬로를 무리 없이 걷게 되자, 마음이 간사해졌다. 오늘 작정했던 20킬로 지점 목적지를 지나 28킬로 되는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내일은 내 짐을 온전히 메고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혹시 걷는 거리를 늘려 일정을 조금 줄여 피스테라까지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랄까.
사람이 이렇다. 하나를 가지면 그 다음을 원하게 된다. 오늘 나를 보며 느끼는 중이다.
이번 카미노에서 나는 나를 여실히 본다.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말이다.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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