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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거리에 따른 나의 심경 변화

날라리 빵꾸인생 2024. 8. 8. 23:54

평균 25킬로미터를 걷는다. 많이 걸으면 28, 9에 가끔 30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적게 걸어도 대개 22에서 24 사이이다. 그래서 일정을 고민할 때에도 대개는 25 사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걷다보면 마음이 그렇게 바뀐다. 그런데 오늘은 애초에 28킬로였다.
그랬더니,
새벽에 걷기 시작해서 7킬로까지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저 훅 걷다가 별이 희미해지고 날이 푸르스름해지는 즈음에 시계를 보면 그쯤이다. 너무도 말짱한 나머지 오늘 기준으로 잡은 28킬로를 좀 넘겨도 되겠는데, 다음 마을은 어디였더라…를 생각하게 된다.
10킬로쯤 가면 마을 하나를 지나치게 되고, 지금 쉴까 더 지나갈까를 오줌보에게 물어본다. 쉬는 걸 좌우하는 건 순전히 마렵느냐에 달려 있다. 역시나 말짱하다.
12킬로쯤 가면 어쨌든 한 번은 쉬어주어야겠다며 의자를 찾는다. 잠시 앉아서 운동화 끈을 풀고 복숭아나 토마토 한 개를 먹어준다. 그리고 정말 다음 마을까지 가면 어떤 알베르게에 머물지를 확인한다.
15킬로쯤 가면 아니 벌써…15라며, 10킬로만 가면 되겠는데 유후~ 신나한다. 그리고는 오늘 5킬로 더 걸으면 앞으로 줄어들 거리가 얼마이고 또 산티아고에 들어가는 날이 줄어들지를 계산하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19킬로쯤 가면 살짝 피곤해서 다음에 의자나 쉴 만한 곳이 보이면 쉬어야지 하고,
20킬로쯤 가면 무릎에서 신호가 깔짝깔짝 온다, 안돼, 기다려, 무릎!
22킬로쯤 가면 발이 자꾸 돌에 채이고, 몸이 무겁다, 어디 Bar라도 들릴까,
23킬로쯤 가면, 그늘 나오면 무조건 쉰다,
24킬로에는 우씨, 4킬로 남았다고? 1킬로도 아니고… 오늘 내로 가긴 가려나.
25킬로, 왜 28킬로였던 거지? 그 전 마을에서 멈췄어야지,  짜증나기 일보 직전, 저 앞이 마을이면 좋겠다,
26킬로에는 급기야 스틱을 질질 끈다, 아 몰랑, 될대로 되랑..
27킬로, 아… 1킬로가 이렇게나 멀었던가…
27.5킬로, 그러니까 500미터 남은 거면  수영장 10바퀴인 거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28킬로, 일단 마을 입성, 다짜고짜 슈퍼부터 찾는다. 환타 하나 마신다, 다신 이렇게 안 걷는다고 다짐한다.  

자, 다시 다음 날이 되면,

7킬로에서 흠, 너무 멀쩡한데 오늘은 더 가볼까???
의 반복이다 ㅎㅎㅎㅎ ^^


2024.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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