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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만들기

날라리 빵꾸인생 2023. 4. 18. 14:13

: 드릅게 어렵다. 

욕 나왔다. 
근데, 
진짜, 
드릅게 어렵다. 

나는 '피아노 연주'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한때, 아주 잠깐, 왜 같은 곡인데 연주자마다 느낌도, 속도감도, 분위기도 다르지? 하는 의문을 품기는 하였으나, 그건 기량 차이인 것으로 단순히 생각하고 넘어갔던 적이 있다. 게다가 아무래도 철부지 어린양이었으므로, 그저 빠르게 연주하는 게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연주자의 표정과 팔의 이동을 쇼맨십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돌아보니 다소 부끄럽다. 

지금에 와서는 왜 손가락에, 몸에 힘을 빼야 하는지를 또 다르게 느끼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10년 후에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 소리에 관한 것이다. 피아노 연주 역시 그 가장 기본은 소리이다. 

피아노를 친다는 건 단순히 악보를 피아노에 옮기는 일이 아니다. 2차원의 점선을 3차원의 소리의 세계로 끌어내 3차원 너머의 감흥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연습은 단순히 2차원의 점선을 3차원의 피아노로 옮기는 것이고, 그것도 정말 낑낑대고 있으며, 해도해도 불안전해서 짜증과 회의에 사로잡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런데 이건 그저 시작점이고, 이제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 소리... 

그 소리의 영역을 나는 감히, 여기 텍스트의 세계로 옮기겠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영역은 너무도 무궁무진하고, 4차원의 감성과 감흥과 어쩌면 인생을 넘어서는 예술을 만드는 것이라 그걸 종이 위에 옮길 생각은, 내가 잘 나가는 고전 작가라 해도 방법이 없을 터이다. 다만,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조용히 나열할 뿐. 

1. 제발 윗소리를 만드자, 못 만들겠으면 윗소리 말고 다른 소리를 줄이자. 
2. 소리에도 흐름이 있다, 느끼는 만큼이라도 만들어라.
3. 간결하고 투명하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리, 이건 삶과 글도 마찬가지이다. 한 소리라도 분명하게. 
4. 소리를 키우는 것보다 소리를 줄이는 것을 더 세심하게 하자, 순간 방심하면 소리가 안 난다. 
5. 콩 심은 데 콩 난다, 하나하나 소리를 분명하게 심어라. 들뜬 소리는 절대 금지. 
6. ....

이런, 날밤 새겠다.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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