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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것의 기본, Structure

대학 신입생 시절에 우르르 몰리는 교양 과목이 있기 마련이다. 점수를 잘 준다거나, 과제가 없다거나, 지도자가 수녀님이나 신부님이라거나.. 우리 학교는 가톨릭 학교여서 개학미사나 부활절미사 등이 수업시간에도 포함되어 있었고, 기타 종교 관련 과목도 많았으며, 교양 과목 중에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수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분들의 수업은 일단 출석만 하면 점수가 나온다는 풍문에 수업신청날이 되면, 학교가 조용하다, 다들 요이똥~ 학사신청이 오픈되기만을 기다렸다 잽싸게 등록한다, 물론 야호~ 외치는 소리나, 안돼~ 하는 소리가 범람하는 것도 이때다. 

여튼, 각설하고, 내가 음악사 수업을 들은 것도 이런 이유다. (용케 등록했다니,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그 수업에서 점수를 C를 받았던가 싶다. 아마 교양 과목에서 C였던 게 별로 없었어서 특별히 기억한다. C는 재수강도 못한다. 나의 평균을 깎아먹은 점수. 물론 이 점수에 대한 핑계로 대학 신입생 때, 즉 유혹거리는 넘쳐나고 신념이나 생각이라곤 1도 없이 그저 주어진 환경을 즐기는 때였다는 것을 들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냥 이 수업이 도통 재미가 없었다. 음악사이다 보니 각각의 음악을 듣고 시대와 분파를 가려야 했고, 각 양식의 얼개를 그려야 했고, 각 곡별 작곡가도 맞춰야 했다... 아, 지금도 시험날의 서늘함이 기억나는데, 혹시 요즘의 내가 시험을 치른다 해도 그랬을까. (시험은 그게 뭐든 서늘해지긴 하다 --;) 여튼 내가 음악 분야에서 "Structure"라는 말을 들어본 바로 처음이 이 음악사 수업일테다. 

영어실력을 뽐내려고 제목을 "Structure"로 잡은 건 아니다. 달리 그 구성에 대한 표현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이다. 그러자면 음악학 내지는 다시 음악사 책을 집어들어야 할텐데, 그건 은퇴 후에 하도록 하자. 그때는 시간이 넘쳐날 테니까, 내가 틀린 게 있다면 그때 바로잡아도 늦지는 않을테다, 이 공간은 학문적 공간이 절대 아니므로. 그저 나는 다른 사람들도 흔히 이해할 만한 "A-B-A"라든지 "A-B-A'-C"라든지 등의 구성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서울살이 중에, 주변 지인 중에 심포니 소속 단원이 있기도 했고, 돈 많은 친구 덕에 공짜 표를 얻기도 하고, 또는 귀퉁이에서라도 듣겠다며 파보 예르비 공연 등에 쫓아다닐때 등등. 어쨌든 해당 곡도 찾아듣고, 공부를 하고 갔던지라 곡마다의 감성과 대충의 얼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냥 암기하는 지식이고, 음악 감상할 때조차 그 구성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내가 피아노를 연습하게 되면서부터 각 곡의 구성이 얼추 이해되더라는 점이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치고 있다, 너무나도 명백한 구성이다. 나로서는 또다른 "유레카"의 지점이다. 

"Structure"가, 그러니까 구성이 왜 느닷없이 떠올랐는가 하면.. 요즘 들어 내가 전에 없이 암보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번 적절한 타협으로, 악보 보고 더듬더듬 곡을 만들면 다음 곡을 준비하고 다시 악보를 읽고, 손에 익히고, 연습하고 그러다 얼추 대충 진행한다 싶으면 다른 곡으로 넘어가느라, 한 곡을 외운다거나 집중력 있게 완성시킨다거나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나마 좋아하던 바가텔도 한두 달이 지나니 연습해야 하는 곡에 밀려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고 지금 다시 치자니 더듬더듬 악보부터 봐야 한다. 아, 그걸 이참에는 확 바꾸어, 한 곡이라도 외워서 언제 어느 때라도 좀 기억해 둘 참이고, 마침 완고한 원장님이 함께 하시니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점쳐보는 중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조금이라도 암기를 쉽게 해 볼 참으로 악보를 분석하고, 앞뒤의 차이점을 대조하고, 소리의 구성을 맞춰보고 있는 중인데, 음악사 시간에는 절대 모르겠던 그 "Structure"가 조금씩 머릿속으로 들어오더란 말이다. 동시에 "Structure"에 대한 개념을 머리에 심고보니 그 줄줄이 악보를 어떻게 외우나 했던 고민이 조금은 해결이 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앞뒤의 대조점과 화음상 구성과 왼오른의 구성을 연결해 가면 어느새 한 프레이즈가 내 머릿속에 잡힌다. 그 프레이즈를 기반으로 날실씨실 엮어가면 또 한 부분이 되고, 다음 부분은 이전 부분과의 차이점을 기억해두면, 사실 외울 수도 있게 된다. (깨닫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아니면 죽으나 사나 계이름 외우는 삽질을 했을라나... 아, 물론 계이름도 외워야 한다마는..)

햐아.. 역시나 경험만큼 빠른 수업은 없는가보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역시나 내가 지속해왔던 연습과 무관하지 않으리니, 수고한 나에게 감사해 하는 중이다. 

과연 외울 것인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다만, 어쨌든 곡의 "Structure"를 깨닫게 되었으니,이제 다음 곡에도, 또 다음 곡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체화할 수 있을테니, 몹시 흥분되는 일이다. 어쩌면 내 인생의 "Structure"를 깨닫게 될지도. ^^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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