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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럽게 손목 돌리기
배배 꼬인 돼지꼬리 모양은 교정지에서 해당 글자를 삭제할 때 쓰는 기호이다.
허구헌날 사무실 책상에 코 박고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돼지꼬리를 피아노 수업 시간 중에도 만났다.
악보에서 돼지꼬리라니 사실 누구나 유추하기 어려운 기호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설명을 덧붙이면, 이보다 더 쉬운 표현은 없을 듯하다.
"손목은 억지로 돌리려고 하지 말고, 부드럽게 보내 주세요."
이제 다시 돼지꼬리를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니까 연음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경우 손목을 먼저 음의 진행방향으로 보내주면서 건반을 쳐야 하는데, 손목을 그냥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억지로 곡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야 하고, 손가락이 건반을 칠 수 있는 정도의 회전인 거다. (단, 손가락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수업 중 선생님의 손목을 보내거나, 돌리거나, 들거나 내려치게 하는 요청은, 나로서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런데 '나는 학생, 그대는 선생'이라서 일단 하고 보는데, 당장 수업시간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연습하다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손목을 돌리다 보면 하농을 하면서도 경직되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잘 숙성된 고기처럼 부드러워진달까. 게다가 문제 손가락인 4, 5번도 나름 손목의 도움을 받아 소리가 힘이 생긴다. 장점이 한두 개가 아닌 거지.
'돼지꼬리'라는 표현은 이미 교정기호로 익숙해진 나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선생님 역시 그 얘기를 듣고서는 '정말 그렇다!'며 손뼉을 치셨다. 앞으로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손목을 돼지꼬리처럼 꼬아서 보내세요"라고 요청하시겠지? 어떻게 나는 하루의 절반 이상인 사무실에서도,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시간이 피아노 연습에서도 돼지꼬리와 함께 지낸다. 심지어 나는 돼지고기는 생전 입에 대지도 못한 채식주의자인데 말이다. --;;;;;;;;;;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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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동안 밀린 것 좀 정리해야겠다, 자꾸 수첩에 쌓여만 가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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