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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자연스럽게 터득될 일, 악보 보기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운다고 할 때 다들 제일 먼저 꺼내는 걱정은,
"악보를 잘 못 보는데 괜찮을까?"
"손가락이 이미 굳어서 안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하여 어쨌든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 먹고 1년을 매일 연습하며 지낸 지금, (아, 어느새 1년이 되었다, 조촐하게 기념식이라도 해야 할까보다, 수고했다며. ^^) 위의 두 문제를 다시 화두에 꺼내본다. 과연 1년이 지나서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악보 보는 건 둔하다. 아마도 나의 로망인 악보를 보자마자 바로 피아노로 옮겨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되려면, 예를 들어 손열음이 재학시절 학우들의 열렬한 합주 요청을 받은 까닭이 처음 본 악보도 별 어려움 없이 쳐냈기 때문인 것처럼 그 정도의 실력이 되자면 아마도 한 10년(? 또는 20년? --;;)은 밥 먹고 피아노만 쳐야 할 노릇이겠구나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년 전만큼 까막눈은 아니다. 1년 전에는 낮은음자리가 아니라 높은음자리의 계이름도 헛갈려 하거나 머리가 하얗게 백지가 되곤 했다. 급기야 이를 고치겠다고 처음 악보를 받아들고 익힐 때에는 일부러 소리 내어 계이름을 읽기도 했고, 사무실 책상 앞에 음자리표를 올려놓고 멍 때릴 때 눈여겨보기도 했고, 도저히 익혀지지 않는 음은 악보에 계이름을 적어놓기도 했다. 물론 이건 모두 나의 방법인 것이고, 여튼 지금은 처음처럼 헤매지 않으니 조금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시간을 들인 데 따른 인과관계이다.
물론 아쉬운 점은 그 속도가 학창시절의 하나 들으면 열 개를 알아채는 번갯불 수준이 아니라, 태산이 되고자 하는 티끌 수준이라는 정도. (티끌 모아 태산이므로. 이는 죽어가는 뇌세포를 생각하자면 어쩔 수 없는 도리이다. 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50+ 블로거 아저씨도 독학하는 이유로 성인의 느린 학습 수준을 이해해주고 격력해주는 학원 강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푸념 역시 달리 보면 성인의 느린 학습속도에 대한 아쉬움과 속상함의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더딘 속도도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크게 고민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악보를 보는 능력은 사실 한 곡을 마스터하는 데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악보를 받아들고 처음 왼손, 오른손 자리를 익히기 위해서는 악보를 그야말로 읽어내야 한다. 처음에는 계이름을 읽고 왼손, 오른손 따로 각각의 자리를 찾아 익혀야 하고 한 일주일쯤 지나 그야말로 생각 없이 손이 알아서 흘러갈 즈음에는 왼손, 오른손의 어울림에 신경 써야 하고 그때부터 악보는 연주의 가이드가 되는 수준이다. 혹시 자주 틀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차분하게 다시 악보를 읽으며 몇 번 더 반복하면 된다.
(이로써 나의 로망만 버린다면, 지금의 수준, 게다가 점점 더 나아진다는 확신 정도면 충분하다 --;; )
그러나 악보와 관련해서 현재 노력 중인 사항은 '시선을 먼저 보내라'는 점이다. 이는 예전에 언급했던 성인을 위한 피아노 서적의 저자가 한 번 짚었던 사항이기도 한데, 피아노를 치는 중에 눈은 악보를 보아야 하고, 또한 손보다는 앞서가야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손과 눈이 같은 음표를 보는 까닭에 눈으로 읽고 손으로 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악보를 익혔다고 하더라도 연주하는 중에 눈이 읽고 손이 따라가려면 아무래도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0.001초라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음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당연히 손이 따라가는 데 1초는 지연이 되리라. 그래서 손이 나아가야 할 자리를 눈이 먼저 가서 읽고 손은 생각 없이 따라가도록 연습하라는 의미이다. 물론 아직 습관이 되지는 않았지만, 해 본 결과 확실히 머뭇거리는 정도가 줄어들었고, 악보 찾느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 않아도 돼서 훨씬 수월했다. (그런데 내 눈은 아직 손과 같이 움직이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왼손, 오른손 따로인데 눈도 따로 가자면 초절정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ㅠㅠ)
연습해야 하는 점이 하나 더 늘었지만, 이 역시 노력하다 보면 익숙해질 문제이므로 고민으로 남겨두지는 말자.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인 손가락의 유연성이나 3, 4번 손가락의 독립은 어떠한가.
손가락은, 엿가락만큼은 아니지만, 늘리면 늘어난다, 야호~. 혹시 요가를 경험해 보았다면, 처음에는 45도 이상 접혀지지 않던 상체가 시간이 지나 폴더가 되던 날의 환호를 기억하면 된다. 손가락 역시 정확하게 치고자 주의하고, 늘이다 보면 늘어나 어느 순간 한 옥타브 정도는 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리라. (더불어 손가락의 길이가 학생들보다 길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다. ^^)
또한 가장 말 안 듣는 3, 4번 손가락의 독립과 힘 기르기는, 솔직하게 지금까지도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역시 시간과 노력을 배신하지는 않을테다. (손가락의 배신은 하농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
그렇다면 이제 남는 건?
다시 연습실로 가서 피아노 앞에 앉는 것??!!!!!!!!!!!!
마무리가 참 거시기하다. ㅠㅠ
201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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