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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니까 무식하다) 피아노 교재 이야기

지난 글에 잠깐 소개한 바와 같이 제목에 낚인 책이 있다.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와 <나는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모두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비우기 시작한 사람이 쓰는 일종의 고군분투기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Play it, again>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런데 정착 그 책은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에 주는 지침 같은 거였다. 이미 공연을 할 만큼 기량이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그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그래서 피아노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 혹은 팁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책의 내용은 처음의 배신감(? 뭔가 나와 같은 고충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을 제외하고는 유익했고, 서울 가는 KTX에서 거의 다 읽을 정도로 가벼웠다. (심지어 읽은 책은 도서관에 반납하고, 두고 읽을 요량으로 새 책을 사기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ㅜㅜ)

그런데 제목에 책을 집어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느릿느릿 배우는 지금, 또는 독학하는, 독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피아노라는 영역에서 겪는 낯선 어려움들을 나누거나 엿보려고 했지 않았을까. 또는 그 단계를 헤치고 넘어간 사람들로부터 '당신도 할 수 있어!' 격려나 위안을 찾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 책은 대부분 그 분야의 전문가가 집필하는 것으로, 늘상 전문가의 시각에서 가르침을 주거나 지식을 나눠 주는 식이지 않았나 하는 자각이 든다. 사실 그 분야에 입문하는 사람으로서 초기에 겪는 놀라움과 초짜의 경지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같은 건 늘상 깨져야 하는 알껍질에 불과했고, 책에서 전달하는 전문가적인 시각과 독창성을 알아가는 데 급급해 하지 않았는가. 헌데 피아노와 같이 스스로 익혀 깨달아 가는 영역이 많은 부문에서는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깨우쳐갔는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비슷한 수준에서 겪는 어려움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공감, 이렇게 저렇게 지난한 그 과정을 거쳐와 다시 생각해 보니 다른 방법도 있겠더라는 경험담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특히 가고갈 길이 멀고도 먼 피아노라는 영역은 더더욱이 공감과 위안이 필요하다. (전문가에게는 자다가 봉창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잠 못 자고 설친 끝에 다다른 결론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게시판은 앞으로 10년 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겪게 되는 나의 인식과 사고의 변화, 피아노 실력에 대한 일지 및 점검의 목표였지만, 거기에 비슷한 초보 성인 피아노 연주자들에 전해주는 한 발 앞선 선배의 경험담 구실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훗날 치기 어린 페이지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 드는 페이지로 남는다 할지라도 지금의 나로서는 진심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훗날 내 생각이며 의견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데 그 과정을 남겨두는 몫으로 여겨도 충분하겠다.

무엇이 궁금할까. 나는 그저 '힘내세요!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 더 나아집니다!' 말 외에 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막상 또 판을 깔아놓고는 주춤주춤한다. ㅠㅠ)

일단 교재부터 짚고 가자. 

현재 중급 정도로 뉴에이지 곡이나 쉬운 소나티나, 소품곡 등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무난하게 치신다면 모두 거쳐갔을 교재에 대한 이야기. 

최근 피아노를 접근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게임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유튜브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일단 좋아하는 연주곡을 붙잡고 한 곡만 주구장창 팔 수도 있고, 나처럼 일단 학원에 돈부터 내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학원에 접수하는 경우야 그저 잘 따라가면 된다. 혼자 시작하자면 유튜브와 교재를 선택해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유튜브의 경우 내가 생각는 문제는 기초 단계를 알려주는 동영상은 외국 동영상이 많아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한국 동영상은 대개 중급 이상의 연주곡 또는 반주법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렇지만 외국 동영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지는 말자. 일단 각 잡고 무슨 말하는지 잘 들어야 하지만 소리에 대한 예시도 있고, 다들 열심히 가르쳐주기 때문에 몇 번 듣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교재. 

처음 시작한다면 어드벤처 성인 시리즈가 어떨까 한다. 물론 바이엘도 훌륭하지만 애석하게도 바이엘은 꼬꼬마 아이들용이 많아서 화려한 일러스터는 물론이고 음표도 유아적이어서 사실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어드벤처는 바이엘처럼 꼼꼼하게 짚어주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스케일을 알아감은 물론, 바로 첫 번째 페이지부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인의 흥미와 승부욕 돋는 데 단연 최고다. (이걸 노렸으리라)

어드벤처 1에 집중하되 가능하면 두세 번은 반복하도록 하자. 또는 지루하면 어드벤처 2, 3으로 넘어가서 다시 되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보면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3이 마무리되는 수준이라면 자, 이제 대망의 체르니 100. (이제 나도 체르니가 시작되었다는 뿌듯함도 있다. 어드벤처 할 때는 객관적으로 인지가 안 되던 나의 수준이 '체르니' 이름만으로도 정리되는 듯한 이상한 보람(이라 쓰고 한국의 '줄세우기' 문화라고 읽는 나의 삐딱함을 양해 바란다 ㅠㅠ)도 느껴진다. 물론 나중에는 그 역시 별로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겠지만, 일단은 희망을 드리리. ^^)

체르니는 그야말로 테크닉 교재이다. 피아노 학원 기웃거리며 들어봤을 익숙한 곡들로, 기본적으로 테크닉을 위한 곡들이지만 그 자체로도 선율이며 느낌들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어 연주하다 보면 음악성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잘 연주해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또 잘 연주하기까지 무쟈게 오래 걸린다는 공포도 있다. ㅠㅠ 그러나 체르니 100 따위에 기죽지 말자.)  어드벤처가 1, 2, 3의 순서가 있듯이 체르니 역시 100, 30, 40, 50의 순서가 있는데 체르니의 각 번호는 연습곡 개수이다. 그러나 요즘에 체르니 100은 간추린 교재들이 많고, 각 저자들이 지목하는 꼭 쳐야 하는 곡도 달라서 그저 본인이 보기 편한 교재를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그 이후는 초급 막바지, 중급 입문의 영역이고, 이제 막 체르니 30을 받아든 나로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독립이라는 무지막지한 숙제를 받아들고 있음을 고백한다. 여튼. 

체르니를 하다보면 손가락의 힘이라든가, 손가락 3, 4, 5번의 독립이라든가, 트릴이라든가를 마주하게 된다. 이를 준비하여 체르니 시작하면서 또는 어드벤처 3과 함께 하농을 시작하심이 어떤가 한다. 하농은 사실 단순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지루해 한다는데 나는 하농이 좋다,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애꿎은 머리 구박하는 일 없이 온전하게 손가락의 힘과 자세, 손에 힘 빼기, 손목의 이동 등을 느낄 수 있다. 하농 연습 시에는 처음에는 손자리를 정확히 익히고, 두 번째에는 정확하고 또렷하게 소리가 나도록 노력하며, 이후에는 조금씩 속도를 올려야 한다. 현재 울 선생님은 메트로놈 150과 160 사이에서 소리가 부드러워져야 다음 페이지로 넘긴다. 한 번호 넘기는데 대략 한 달 걸린다. (으악, 한 달이라고? 좌절하시는 분은 일단 120에서 넘기시고 다시 되돌아 오시는 것도 어떤지 제안해 본다, 내가 즐겨보는 블로거 어반카우티 50+님의 연습방법이시다) 피아노 건반을 칠 때에는 손끝만 세워 힘을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손가락에, 손목에, 어깨에 힘을 주기 마련이다. 손에 힘이 가서 뻣뻣해지면 부점 연습으로 손목의 힘을 풀어주자, 한껏 손이 긴장해서 근육통이 올 지경이라 부점 연습한다고 풀어지겠어 했지만 신기하게도 풀어진다, 간혹 속도가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 (치는 방법은 각 번호별 유튜브를 활용하자.) 

체르니 끝 지점이 보이면 슬슬 연주 재미도 붙는다. 소나티네도 병행하고, 쉽게 편곡된 뉴에이지나 ost곡, 또는 연주가 제시된 쉬운 소품곡을 선택해서 연습할 수 있다. 이때쯤 되면 곡을 넘기는 재미도 있는데, 명심해야 하는 건 한 곡을 제대로 치는 데 집중해야 실력이 더 는다는 점이다. 그건 책이나 블러그, 강사들의 공통된 의견이고, 나 역시 안 되는 부분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쉬워지는 걸 경험한다. 그리고 속도는 가능한 부담스러운 속도를 목표로 잡자. 

이쯤에서 부르크뮐러 25. 사실 부르크뮐러를 접하게 된 건 체르니 하던 중 쌤이 스타카토에 대한 명확한 예시로 '18번 긴장'을 연습해보라 해서였다. 처음에는 그저 다른 교재처럼 얼른 해치워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나중에는 이제 그만 치라고 하는데도 재밌어서 그 곡은 물론이며 다른 곡들을 찾아가며 연습했더란다. 그러고 나서는 이 곡에 수록된 25개의 작은 곡들을 모두 쳐야겠다 마음 먹게 되었다. 아주 예전에 학원에서 가르쳤던 교재인 듯하고, 부르크뮐러가 피아노 학습자들을 위해 작곡했지만, 한편 25곡 전체가 하나의 곡이기도 하니, 소나타 이전에 온전한 한 곡을 쉽게 쳐 볼 수 있을 터이다. (이건 나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휴우..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꼬박 두 시간이다. 나름 나의 경험을 토대로, 피아노를 시작하는 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정리한 것으로 미진하기 짝이 없을 테다. 그럼에도 유용하신 분이 있어 피아노를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교재를 정리하였지만, 피아노란 녀석은 온전히 나의 노력을 잡아먹고 산다. 한 페이지 곡이더라도 가능한 잘 구현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서 조금씩 실력이 쌓일테다.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씹어먹다 보면, 베토벤이며 쇼팽도 마주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파이팅이다. 



위의 교재 출판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모두 Yes24에서 가져왔다. 혹시라도 표지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다. 


201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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