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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절금지, 의지와 노력이면 언젠가는 이루리라. 이 식상한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두둥.
그동안 반드시 고치고 싶었던 나의 습관은 악보가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지먼 곧잘 악보는 보지 않고 건반 위로 향하는 내 시선이었다.
게다가 떠듬떠듬 악보를 읽는 수준이 아니라 물 흐르듯한 연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눈과 손이 동시에 악보를 읽는지라, 그 시간차 버퍼링으로 버벅대기 마련이었다.
이걸 고치겠다며, 어느 날은 건반을 보지 않겠노라 다짐도 해보고, 또 어느 날은 악보의 마디별로 먼저 읽고 손으로 치는 연습을 따로 해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손은 가만히 두고 머릿속으로 악보를 떠올려 손자리와 매칭을 시키기도 하고,
나름으로는 수를 써본다고 머리를 굴리며 애쓴 날들이 꽤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습관이라는 관성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던 날이 진짜 오래였다. 그래서 또 이번 생의 수준은 여기까지일까? 마음을 살짝 접고 있기도 하던 차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눈을 먼저 보내고 있음을, 드문드문, 느낀다. 그래서 다음 마디의 음자리며 구성을 먼저 알아채고 손이 따라가주니 속도를 조금 올린대도 예전처럼 버벅대거나 멈추거나 하는 일은 다소 줄었다. 아,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물론, 이는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연습시간의 영향이겠고, 또한 이제는 익숙해진 또는 구간별로 손이 먼저 자리를 찾아갈 만한 악보며 곡이라는 점도 있지만,
한 1년 동안 쳐 온 왈츠뿐만 아니라 이제 시작한 지 두어달 지난 곡을 치는데도 손을 먼저 보내고 있음을 느낄 때면, 그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에 슬며시 스며드는 입가의 미소를 주체할 길이 없어진다.
좌절금지, 포기금지.
그저 시중에 나도는 무책임한 문구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다시 이 말을 되새겨 보아야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를 기억한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 말이다.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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