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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집중하자

날라리 빵꾸인생 2022. 8. 10. 14:00

: 나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집요함과 고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여차저차한 시기에 한 달 동안 집 근처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그 학원은 성인이 아닌 아이들 대상의 학원이었고, 나로서는 야간에 연습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등록하고 레슨은 일주일에 두 번인가(가물가물?), 한 번 레슨에 30분 정도로 정했었더랬다. 그런데 이 분이 임신 중이었어서 결국 한 달 만에 종료하고, 나 역시 그게 기꺼웠었는데, 그게 레슨 중 선생님의 집요함과 양보 없는 요구에 다소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당시 왈츠의 변조 첫 부분이 정말이지 계속해서 틀리는데, 어떤 때는 무사히 넘어가다가고 어떤 때는 틀리고, 아니 대부분이 틀려서, 그냥 안 되는구나, 포기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선생님은 집요하게 그 부분이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연습시켰다. 한숨이 마음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하기 싫음에 대한, 선생님께 그만하시라는 투의 반항이었을테다. 결국 그 선생님과는 그 곡으로 시작해, 한 달 동안 마무리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만약 계속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문득, 요즘의 연습에서 별로 나아지지 않는 나의 연주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이 선생님의 특성은 이전 게시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잠시 스쳐간 기억이라서 그랬을까.) 

11곡짜리 바가텔을 잡고 있고, 곡마다 그리 길지 않다보니 한 곡에 레슨 2시간이면 악보 읽고 양손으로 치고 리듬이며 악상까지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번호로 넘어간다 할지라도 이전 곡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계속 누적되어 연습해야 하니, 앞 번호는 더더욱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연습을, 레슨 곡은 손에 익히고 악보를 익히는 연습을 이어가면 된다. 지금 5번까지 레슨받고 잠시 중단되어 있는데, 그래서 생각대로 하자면 1~4번은 이제 완연한 곡으로 다듬는 것을, 5번은 곡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연습하면 된다. 아,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1~4번의 수준이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 4번은 그렇다 쳐도, 생각대로라면 1~3번은 그래도 곡의 느낌이 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도 하루에 두세 번은 늘상 쳐보는데, 틀리는 곳은 여전히 틀리고, 속도도 처음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곡은 그저 심적으로만 익숙할 뿐 연주는 여전히 서툴다. 게다가 2번을 맑고 명랑하게 치고 싶어서 악보도 외우고 손자리도 거의 익혔다 싶은데, 녹음해서 듣고 나면 투박하고 거칠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속도도 제각각, 왼손 소리 강약도 제각각, 이게 연습한 결과라니 한숨만 나온다. 그리고 소리는 그렇다치고 속도라도 올리자며 마음을 먹으면, 손이 꼬여 엉망이 되고 만다. 아, 이럴 수가. 

선생님은 일단 곡을 진행할 수 있으면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나는 그 곡의 느낌을 살려 연주, 내가 음반에서 듣는 소리는 아니어도 적어도 곡처럼 들리도록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지금같아서는 도저히 구현되기 어려운 일인것만 같다. 다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러니까, 

"취미로 하는 거잖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대충 넘기자"

지난 번 한달 레슨 선생님을 겪으면서, 왜 그 부분을 끝까지 고쳐야 하느냐며, 이만큼만 쳐도 충분하다며 고치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것처럼, 지금도 이만큼만 쳐도 된다며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헌데, 그렇다면 나는 평생 연주라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저 투박하고 거친 성인 취미생의 소리로만 남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니 마음이 저리다. 괜스레 오기도 발동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마음에 들게 완성해 본 곡도 없다. 나중에 연습하면 늘겠지, 소리는 이만 하면 됐어, 아, 이 부분은 절대 안 되는 모양이야, 깔끔하게 포기하자.... 참 많이도 타협했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의 바가텔은 그러고 싶지 않다. 바가텔마저 그렇게 보내버린다면 나는 앞으로 절대 마음에 드는 연주를 못하게 될 것만 같다. 이러자고 그 수많은 시간들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건 아니다. 

한 곡이라도 집요하게, 집중해서 제대로 끝내고 보자. 
더는 핑계대지 말고, 해결하고 넘어가자.
안 되는 부분은 100번을 꼭꼭 채워 연습해보도록 하자. 
속도가 아니라 정확성과 소리에 더 집중하도록 하자..... 

에휴.. 그동안 연습하면서 참 여러 번 다짐했던 부분을 되돌이하고 있다. 나에게 실망이다. ㅠㅠ

지금은 인명구조교육이 3주 내내 있어, 피아노 레슨은 한 달 잠깐 쉬기로 했다. 체력적으로 벅찬 교육이 연이어 있는데, 피아노 연습 못한 데 대한 스트레스까지 받자면 내게 너무 가혹한 8월이 될 것 같아서다. 헌데 어쩌면 다시 짚어보는 한 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은근슬쩍 기대도 해 본다. 이제는 새로이 익혀야 하는 곡도 없으니 그저 배운 곡들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자, 그게 어렵다면 동일한 속도로 틀리지 않고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에 목표를, 아니다, 딱 2번만 죽도록 패보자. 집요하게, 집중해서.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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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띠, <모스크바 신사>를 재밌게 읽고 있는데... 
우띠, 한 달 쉬는 중이라 연습실도 못 가는데, 
우띠, 인명구조 떨어지면 안 되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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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닫고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무르'. 존경받고 인정받아온 노 부부가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불수, 치매를 겪으며, 결국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스스로도 자살하게 되는 과정을 그저 담담하고 기교 없이 담아내는 영화. 너무 마음이 저렸고, 남편 할아버지의 선택에 동조했으며, 그야말로 인생의 조락, 시들어감, 아니 초췌, 누추, 치졸.. (아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비참, 참담함에 한동안 웃기가 힘들었던 영화. 
이 영화에서 아내 안느는 피아노 선생님이고,
어느 날, 안느의 상태를 듣고 잠깐 들른 피아니스트가 안네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정확하지 않으나, 
"그때 선생님이 그 부분을 그렇게 연습시키지 않았다면 저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당시는 피아노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터라, 그냥 흘려들었을 법한 이 장면이 문득 떠오르는 건, 
내 무의식에서조차 완성해야 한다는 의지인 것으로 하자. 
지금 내게 완성을 요구하는 선생님은 없으므로, 나라도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하자. 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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