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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순례자는 딱 두명
- 어제 숙소에는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아야 할 정도로 순례객이 몰렸는데, 오늘 숙소는 나랑 영국 아저씨 딱 두 명이다. 당연히 오는 길 내내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순례객들이 잘 가지 않는다더니, 정말 온전히 나 혼자였다.
- 한국인 부부 순례객과 나서는 시각이 같아서 한동안 같이 걸었는데, 와우~ 정말 빨리 걸으셔서 애초에 그냥 보내고 혼자 걸었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졌다. 은하수도 보였다.
- 사하군에 도착해서 또띠야와 커피를 마시자니 마리아가 지나간다. 같이 베르시아노스에서 장을 보자고 했다.
- 걸어오는 중에 베르시아노스 가는 길과 칼자디아 데 로스 헤로마니요스로 가는 갈림길이 보였다. 분명 어제 베르시아노스로 결정했는데, 앞서 가는 스페인 커플이 헤르마니요스 길로 접어드는 걸 보고 갈등이… 사람들은 당연히 베르시아노스로 향하는 왼쪽길로 들어선다. 나는 순간에 맘을 바꾸고 헤르시아노스로 향했다. 로마의 옛길을 볼 수 있는 곳, 다만 가는 동안 마을이 없고 그늘 한 점 없다는 곳 ㅜㅜ
- 그 스페인 커플은 어디 가고, 아무도 안 보이는지. 길은 로마인이 만들어서 그런지 넓으나 풍경은 그야말로 활량했다. 잠시 후회했다.
- 두어 시간을 넘게 햇볕과 땀으로 뒤덮였다. 그늘을 찾아서 쉬는데, 문득 혼자인 게 무섭기도 했다. 엄마나 경미가 절대 위험한 짓은 하지 말랬는데, 이 길이 위험한 짓이 되려나 싶은 마음이랄까. 게다가 마리아는 나를 걱정하지 않을지 염려되었다.
- 그런데 마을에 들어서니 너무 집들이 이쁘다. 이렇게 황량하고 밀이나 해바라기도 애처롭게 자라는 이 곳에 이렇게나 이쁜 집들이라니. 피곤한 중에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 1시 반 오픈이라는데, 호스피탈로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와우~ 고마워라.
- 점심은 파스타, 저녁은 빵이다. 오늘은 bed neighbor가 없다.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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