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걷는 7시간 내내 마주친 것 - 사람 2, 여우 1, 토끼 2, 그리고 무지 많은 새들…..

- 5시 반에 나와서 걷다가 암흑이 무서워서 마을로 되돌아갔다. 6시 넘어서 조금 밝아오자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암흑과 그 속에서의 정체 모를 소리들이... 숙소에 같이 묵었던 필립에게 같이 가자고 청할까 하다가 그러면 가는 내내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혼자 나왔다.  
-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오늘 나와 필립 둘뿐이다. 어제 숙소에서 묵었던 사람만이 걸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암흑에 묻힌 길이, 소리가,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주눅들게 했다.
- 와, 로마시대의 길을 진짜 23킬로, 7시간 내내 체험했다. 진짜 힘들었다. 돌과 자갈에 치어 발도 몸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가지 않는지 알았다. 차라리 도로 옆길이 나았다. 그런데도 나는 18킬로 지점에서. Religos로 빠져나가는 길로 나가지 않았다. 일종의 오기랄까.
- 몸이 힘들고 정말 그늘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자꾸 쉬었다 가게 되고, 그러자니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힘든 길을 왜 걷겠다 했을까.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여기서. 아마 내년에 가겠다던 북쪽길은 안 갈지도..
- 정말 어렵게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12시를 넘겼고, 더웠고, 힘들었다. 1시에 오픈한다 해서 기다리는데, 이 알베르게는 진짜 못쓰겠다. 오만덩어리 호스피탈로스.
- 오는 내내 바케트가 먹고 싶어서 빵집을 찾아서 갔다. 근처에 디아가 있어서 장도 마저 봤다. 도착했을 때 너무 배고팠는데, 유튜버인 듯한 스페인 아저씨가 비스켓을 주어서 그걸 먹고 한숨 돌렸다. 그런데, 이 비스켓이 꽤나 맛있다.
- 오늘은 도미토리방에도 들어가기 싫다. 땀냄새와 이상한 냄새들이 진동한다. Bed neighbor도 누군지 모르겠다. 마리아는 잘 가고 있을까.

2024. 8. 1.
오늘은 외딴 길이어서 몇 킬로 남았다는 표지석을 만나지 못했다. 내일은 레온이다. 고민이다, 레온에서 머물 것인가, 더 갈 것인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