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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again

악보, 가장 큰 문제

날라리 빵꾸인생 2019. 10. 24. 16:10

: 암보는 어떻게 하지? 

진짜진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악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처음 악보를 익히면서 계이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확하게 읽어가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자니 속도가 늦어져 성질 급한 나는 마디를 뭉치로 보고, 그를 손에 옮긴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속도는 띄엄띄엄일지라도, 건반을 잘못 짚는다거나 흐름을 놓치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악보에 익숙해질수록, 악보를 잘 보지 않으니 속도는 좀 빨라지고 박자는 맞추더라도 틀리는 횟수가 많아진다. (이 놈의 대충대충, 휘리릭, 날라리적 근성 때문에 낭패 보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미 3개월이나 붙잡고 있던 곡도 여전히 틀리는 사태, 그것도 칠 때마다 틀리는 곳이 달라지는 재앙이 발생하며, 그 때쯤 악보를 다시 봐야 하는데 그보다는 손이 어떻게 움직였더라를 기억하려 애쓰고, 급기야 내가 어디 치고 있는지를 까먹고 멈추는 일이 생겨난다. 이럴 수가. 이를 고치겠다고 다시 하나하나 계이름으로 악보를 읽고 있자니, 시간도 아깝고, 답답해 죽는 성격적 결함 때문에 그것도 한두 번 하고는 만다. 악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적어도 연습 횟수가 거듭되고, 부분연습을 해서 고쳐진 부분에 대해서는 적어도 다음에 틀리지 않고 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계이름으로 읽는 연습을 하고, 이를 외워 버리려고 마음먹는 중이다. 초딩 시절, 수백 번은 불렀을 '학교 종'을 지금도 칠 수 있는 건 이미 계이름으로 외웠기 때문이라는 유추에서 비롯된 나만의 해결책이랄까. 아, 그런데 이 역시 쉽지는 않다. 

이쯤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암보하는지 궁금해졌다. 피아노를 칠수록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암보가 되는 건지, 아니면 학교종처럼 계이름을 소리내어 부르며 외우는 건지, 아니면 나처럼 답답한 가슴만 치시는 건지. 또는 암보라는 것이 뇌의 작용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의문도 든다. 꼬맹이들의 연습곡을 듣고 있자면(사실 그들이 얼마나 연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펀지 같은 뇌세포 덕에 음표가 머리에 바로 꽂히는 건지, 어쩜 연습할수록 틀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감탄만 생겨난다. 내 머리에서 음표는 이미 둔중한 표면에 튕겨져 나가는 화살같은데 말이다.

요즘 젓가락 행진곡의 두 버전을 치고 있다. 김광민의 재즈버전 젓가락은 이미 3개월이나 손을 댄지라 곡은 익숙한데, 위와 같은 문제로 여전히 틀리는 곳이 발생한다. 악보를 보지 않고 치는 버릇에서 생겨난 결과다. 그리고 최근 하은지의 젓가락 행진곡을 시작했다. 처음의 도입부분이 다소 읽히지 않아 고심했고, 지난 주부터는 악보를 외워야겠다 맘 잡고, 시간 나면 틈틈이 외우는 중이다. 나중에 하은지의 곡도 칠 수 있게 되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성격적 결함. 거기서 생겨나는 나의 비극이다.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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