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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농의 두 번째

날라리 빵꾸인생 2019. 11. 25. 14:22

: 하농 18번, 손꾸락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배우는 사람으로서 하농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를 지난 4월과 9월에 나름 정리하고, 또 몇 개월이 지난 지금 하농을 연습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있어 덧붙이는 중이다. 그래서 제목은 하농의 두 번째이다. 

4월에 12번을 마쳤고, 한 달에 하나의 연습곡을 넘기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11월이 끝나가는 즈음에 18번을 대하고 있으니 어느 한두 곡에서는 한 달을 넘는 연습시기를 거쳤는가 보다. 아, 그렇고 보니 올 여름에 바다 수영한다고 좀 쏘다니기는 하였다. 그러자니 자연히 연습을 등한시.....했던 까닭인가 보다. --;

그러는 동안 레슨 시간에 쌤이 평하는 나의 변화는 손가락 힘이 좀 길러졌다는 거고, 덩달아 소리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그래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귀는 아직 소리를 구분하지 못할 터이고, 또한 아직까지 내 연습의 주안점은 악보를 피아노에 옮기는 데 있고, 트릴이나 스타카토, 액센트 등을 잘 만들고자 노력하는 데 있으니 나의 소리나 손가락의 변화에 쓸 신경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랄까. 그냥, 그러려나 보다 하고 넘어가는 정도였다. 헌데 이번 주말에 주구장창 피아노방을 서성이며(말 그대로, 서성였다, 집중력은 한 시간짜리인데 오늘 종일 피아노만 치겠다고 작정하였으니 집중력 떨어지는 시간에는 서성일밖에.. --;)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중에 내 손가락의 변화를 조금 느꼈다고 해야 할까. 

레슨을 하는 중에, 그게 곡이든 하농의 연습곡이든 제대로 쳐야 하는 본을 선생님이 보여주신다. 곡의 경우는 진행하면서 드러나야 하는 심상이나 분위기 또는 악상기호의 느낌을 예시로 들면서, 하농의 경우는 손가락이나 손목의 움직임, 액센트가 있는 경우의 느낌 등을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그때마다 선생님의 가는 손가락과 가벼운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또렷하고 깊은 소리에 감탄은 물론 '나는 언제 저런 소리를 만들어보나' 좌절이 일곤 했다. 나는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손가락은 곧 무거워지기 일쑤였고, 하농은 속도를 좀 올릴라치면 손이 경직되거나 굳어져 박자는커녕 두 손이 따로 놀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이어지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 집중력 끝에 시간이나 때우자며 하농을 연습하는데 뭔가 손가락이 평소와는 좀 달랐다. 18번을 시작한 지 서너 번의 레슨이 있었고 이제는 각 손가락의 자리는 다 익히고, 스타카토나 부점 등으로 변주도 해보고, 소리에 어느 정도 또렷함이 생겼으니 이제 속도를 내보면 어떨까 하고 쳐보는 중이었다. 물론 속도는 'Tempo=100'부터이다. 자, 시작! 사실 하농은 손가락이 부드러워 아무리 잘 쳐지는 날이라 하더라도 하루에 15 이상의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아무리 높여도 12? 13?에서 멈춘다. 괜히 욕심 부리다가 손가락에 힘이라도 들어가 도로 아미타불이 될까봐 무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 욕심 없이 피아노 앞에서 서성거리는 중에 심심해서 눌러본 손가락이 100에서 시작해서 135까지 훌러덩 넘어가는 것이었다, 두둥! 그!러!니!까! 건반 위 손가락이 가벼웠고, 그럼에도 소리는 또렷했고, 무언가 손가락이 머리의 조종 없이 홀로 제갈길 찾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기쁘기 그지없는 마음에 내친 김이라며 140까지 올렸는데, 그쯤되자 속도가 부담스러웠고, 다시 손가락은 예전처럼 무거워졌다. 그렇지만 분명 바뀌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손가락이 머리나 몸의 조종 없이 가벼워지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앗싸뵹~ 참으로 늘지 않는다며 수많은 좌절과 고민(이라고 하기는 쫌 부끄럽지만!)에 마음만 무거워졌었는데, 그 사이에도 손꾸락은 충실히 내 연습시간을 몸에 새겨두고 있었는 모양이다, 어찌나 감사하였는지, 예쁜 반지라도 끼워주어야 하나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하여, 생각는 것은, 변하긴 변한다는 것이다. 죽어도 안 는다며 투정하고, 투자 시간 대비 얻는 게 없다며 투덜댔는데 그래도 함께한 그 시간은 몸의 어딘가에 새겨지는 모양이다. 연애의 시간이 추억으로 자리하는 것처럼.. 그러하니 좌절하지 말고, 또 욕심 내지 말고 조금씩 한 발, 한 발 성실하게 내딛어보자는 이야기랄까. 

피아노의 실력은 계단식으로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학이라치면 6개월 정도 지나면 훌쩍, 또다시 6개월이 지나면 그동안 쌓인 실력이 쑥쑥 급격히 향상되는 시점이 있다는데, 피아노는 갑작스런 향상 같은 건 만무하고, 그저 보이지 않는 티끌같은 실력이 조금씩 쌓이고 쌓이는 것이라고.. 다시 믿어볼까 한다. 게다가 주말에 다른 악보 뒤적이다가 콩나물이 쉬운 악보는 이제 자리 찾아 헤매지는 않게 되었다는 독보 수준을 점검하기도 했으니, 갈길이 구만리라 해도 뒤돌아 새겨진 발자욱을 확인했으니 좌절하지 말고 가볼까 한다.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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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하농의 구성, 그러니까 1부, 2부, 3부의 구성을 공부해서 올려볼까 한다. 나의 연습과는 별개로 악보 탐색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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