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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피아노 학습자가 꼬맹이보다 못한 점! 오만하다!
한 곡을 연습하다 보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주구장창 그 부분만 떼어 연습해도 곡으로 연결하면 매번 틀리거나, 멈칫거리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악보에 빨간 색으로 표시해 두고 부분연습 숙제를 남긴다. 그러면 나는 연습실에서 체크된 부분을 몇 번 쳐보다가, 이쯤이면 되겠지! 하고 다시 전곡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그 부분에서는 다시 멈칫거리고, '아, 잠깐만요, 연습했는데..' 외치다가 급기야 다시 숙제로 남겨지는 반복. 이어지는 질문, 도대체 왜 안 될까.... 해도 안 되는데...의 절망.
왜 이런 문제가 지속될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꼬맹이의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꼬맹이란 화요일 저녁, 내 앞 레슨의 주인공으로 더 연습하고 싶은데 내가 등장함으로써 쫓겨나는 7살, 키 작고 눈 초롱초롱한 여자 아이다. 어제도 신발장 앞에서 잠시 만났고, 신을 신으며 꼬맹이는 선생님께 묻는다.
"몇 번 쳐요?"
"하고싶은 만큼."
"몇 번이요?"
"그럼, 15번!"
"네"
둘의 대화를 들으며 '연습을 15번이나?' 생각했던 나는 도리어 당연하다는 듯 군소리 없이 신발을 신고 총총 걸어나가는 꼬맹이의 모습에 당황했다. "너무 많아요!"라든가, "15번이나요?'라고 되물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묵묵히 알겠다는 듯이 수긍하고 지나가는 꼬맹이(심지어 아이들이 쓰는 색칠하는 연습장에도 대개는 10개의 칸이다. --;). 나의 연습은 어느 곳 하나 15번을 채웠던 적이 있었던가. 선생님이 15번을 쳐보라 하면 나는 10번쯤 치다가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접고 말지는 않았던가(수두룩하다, ㅜㅜ) 돌아보게 외었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매번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했던 나의 판단이 먼저였다. 배우는 주제에 얼마나 오만한가.
아마도 그 꼬맹이는 하나하나 세어가며 15번의 연습을 마저 다 하고 다음 레슨에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나와는 달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테고, 그러면 당당하게 다음 부분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돌다리를 하나하나 짚어 결국 강물을 건너듯이 말이다. 그게 나와 같은 어른이었다면 이 돌다리 말고 다른 빠른 곳이 있을텐데 기웃거리고, 돌다리 건너도 되나 두드려 보고, 맞는지 의심하고.. 그게 아이와 어른의 차이이다. 심지어 연습하면 나아질까? 하는 의심마저도... --;
군말하지 말고 따라갈것. 마치 전제군주시대에 농토를 빼앗기는 바보 서민이 된 듯한 느낌이지만, 피아노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마음가짐일지 모르겠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 앞으로 나 역시 쌤에게 물어봐야겠다.
"몇 번 쳐요?"
"하고 싶은 만큼 치세요."
"몇 번이요?"
201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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