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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싱숭생숭

날라리 빵꾸인생 2024. 8. 13. 00:38

: 생각이 없어야 하는데, 생각이 더 많아지고 있다.  

산티아고를 향하는 길목에 있는 사리아부터 100킬로미터를 걸어도 카미노 인증서를 받을 수 있기에, 사리아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100미터는 빠르면 3일, 늦어도 5일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어서 길을 대하는 태도나 차림, 방식 등이 매우 다양하다.
한 예로 반려견과 동행하는 이들이 벌써 내가 본 것만도 5쌍이 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게다가 가족의 가방도 똑같다), 친구들과 깔깔 수다가 더 재밌어 보이는 여학생들, 백패킹 배낭이기보다는 패션배낭에 가까운 배낭과 차림으로 걷는 젊은이들도 꽤 많다. 그러니까 생장이나 길의 초반부에 시작하는 사람들은 30일을 걸쳐 걸어야 하는 까닭에 장비며, 마음가짐이며 단단히 무장한 반면, 사리아부터 시작하는 분들은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역시 모두 길 위를 걷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고, 그에 대해 우월성을 따지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미 오래 동안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초라함과 대조되는 반짝임, 그게 행색이든 마음이든 소란함이든지간에 그 반짝임이 자꾸 눈에 띤다.

오늘은 여러모로 지쳐 나 역시 길이 즐겁지 않았고, 그게 우르르 신나게 몰려가는 반짝거리는 친구들 때문인지, 아니면 사고를 당해도 혼자 수습하다가 겨우 뒷사람의 도움을 받고 눈물을 글썽거리던 할머니의 모습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사리야에서부터 물가도 비싸고 알베르게 역시 호스텔 분위기가 나는 데 대한 반감 같은 것인지도.
또는 걸은 지 30일, 집 떠나온지 35일 차 되는 날의 피곤함인지도.. 오늘은 그저 집이 좀 그립다.

2024. 8. 12.
그동안 참 많이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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