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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드디어 산티아고 - Camino 35일 차

날라리 빵꾸인생 2024. 8. 16. 02:05

: 따지러 미사에 왔다, 내 기분이 왜 이러냐고.

- 유난히 일찍 나섰다. 나도 긴장한 걸까. 피터는 밤새 잠을 못잤다고 하고, 정말이지 퀭했다. 다들 들뜬 건지, 긴장한 건지 모르겠다.
- 새벽에 산티아고에 들어오니 모든 게 고요하다. 심지어 사진에서는 인파로 가득하던 광장에도 사람이 몇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나 실망스러운건가. ”엥? 이게 다야?”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원래는 “우왓, 나 도착했어!! 내가 해냈다고, 멋있어, 감동이야 산티아고~!!” 난리법석이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자꾸 마음이, 생각이, 몸이 대성당을 노려보고만 있다. 이게 뭐야, 그저 이 성당 하나일뿐인데 내가 그렇게 고생한 것인가. 원망스러웠다.
- 다만, 헤어졌던 형우 씨를 만났다. 반가웠다.
-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어 도착한 사람들은 서로 축하하고, 기뻐하고, 사진을 찍고. 나만 그저 심드렁하다. 아, 속시끄러운 중이다.
- 알베르게도 뒤늦게 예약한지라 멀리 잡고, 향로 미사도 줄서다가 잘려서 못 들어가고, 아, 되는 게 없다.
- 아저씨와 그 무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마음이 시끄러우니 음식도 맛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세바스찬과는 인사를 해야겠기에 커피도 같이 마셨다.
- 아, 모두와 헤어지고 숙소에 와서도 계속 마음이 불만족이다. 울고 싶은 것도 아니고, 원망 같은 거랄까, 불안함이랄까. 대체 정체를 모르겠다.
-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일단 대성당으로 가서 앉았다. 대성당은 7시 반 예배 때문인지 5시인데도 인파로 가득하다. 일단 주저앉아 집전 머리만 노려보았다. “이 길을 걸으면 영광스러울 거라면서요? 이 길을 걸으면 뭔가 깨달음이 있을 거라면서요? 적어도 감동이라도 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질문만 가득하다.
- 걷는 건 끝내려고 했는데, 마음이 시끄러워서 아무래도 내일 피스테라를 가봐야겠다.
- 안산님을 만나서 콜라 한 잔 했다.
- 여기 알베르게는 여러모로 꽝이다. 알베르게에서 다시 자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좀 좋은 알베르게를 찾아야겠다, 공립은 이제 그만.

2024. 8. 15.
산티아고에, 그것도 예정된 날짜에 도착하긴 하였다. 그러나 마음도 그러하고, 향로미사를 못 보기도 하고, 모두와 헤어지는 인사를 해야 하고.. 하루 종일 우울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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