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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이시여, 불손했던 저를 용서하소서.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베쏘(베토벤 소나타)를 못 끝내고 있다. 사실 원장님이 내보내지 않고 계속 주문하기도 하고, 나 역시 소리가 너무나 마음에 안 들어 매번 손에서 떨치지 못하고 연습하고 있다. 이 곡을 찾아들게 된 것도 베토벤의 바가텔이 너무도 재밌었고, 그래서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후다닥 끝낼 수 있겠다 싶어서, 특히나 오른손의 단순한 아르페지오와 반복되는 왼손이 쉬워보여서였다. 불손한 마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일까, 내가 이 곡을 놓지 못하는 건 바로, 그 부분 때문이다. 오히려 처음에 악보를 읽으며 어려웠거나, 후반부의 트릴이거나 콩나물 까만 부분은 이제는 더 이상 걸리지 않고, 손가락도 알아서 제 갈길 찾아가는 중인데, 쉬워보였던 아르페지오에서 몇 달을 낑낑대고 있다. 이럴 쑤가. 도대체 소리 만들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이런 된장.
오른손의 아르페지오가 이어지면서 왼손으로는 곡의 느낌을 만들어내야 하고, 게다가 단순한 아르페이지오인지라 페달을 쓰더라도 매우 깔끔하고 정확하게 맺고 끊어야 하는데, 나의 소리는 맑게 울리는 것이 아니라 투박하고 뭉툭하기 그지 없을 뿐더라, 왼손으로 곡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게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게다가 왼손을 키우자고 '쿵' 눌렀는데, 녹음 소리를 들어보면 오른손의 아르페지오는 더 크게 들린다. 아놔, 오른손은 조용하게 배경으로 깔려야 하는데, 그 조절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 ㅜㅜ
그야말로, 얕잡아보았다가 큰코다치는 중이다.
절대, 악보가 쉬워보인다고 그 음악이 쉬운 게 아니다.
귀로 들리는 음악이 단순하다고, 내가 그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서 비로소 '거장'이라는 표현의 위대함을 경험하게 된다. 백건우님이, 그리고 다른 여러 피아니스트가 만들어내는 그곡은 단아하면서도 청초한 느낌이 있는데 말이다. 휴우~ 다시 한 번, 얕잡아보았다가 벌 받는 중이다.
지금은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중에서 겨울을 찾아내서 베쏘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함부로 곡을 꺼내들지 말아야지, 각오를 새긴 참이기도 했고, 그래서 예전에 사놓은 악보집의 곡들을 다 찾아들으며, 내 수준에서 적정한 곡을 찾은 까닭이다. 물론 이게 쉬울 거다라고 예측하지 않는다, 다만 일단 분량도 A4 한 장이 되지 않고, 구조상 반복 구문이 있어서 손에 익히는데도 시간이 덜 걸릴테고, 무엇보다 음악이 슬퍼 내 마음을 건드리는 까닭에 앞으로 6개월 주구장창 이 곡만 쳐도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런 거다. 다시 한 번, 얕잡아 보지 말지어다.
요즘 들어 소리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동시에 나의 소리에 대한 연구분석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소리가 좀 더 맑고 투명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감동스런 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번 생에 나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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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의 곡을 고르는 패턴이, 어운 곡을 했다가 크게 데고 나서 다시 쉬운(짧은) 곡으로,
또 뭔가 도전정신으로 도전했다가 다시 심플 초보의 수준으로 돌아오는가보다. 아참... 나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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