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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에 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면, 피아노는 만 번의 법칙
고질적인 습관이 있다. 이미 여러 차례 고백한 바와 같이, 먼저는 악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한 번 멈칫한 곳은 계속해서 멈칫하게 된다는 것이다. 악보를 보지 않는 건 허벅지를 꼬집는 각오로 눈을 악보에 고정시키고, 초절정 긴장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나, 멈칫하는 습관은 참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 멈칫의 이유는 참으로 다양한데, 이어지는 패시지가 바로 읽혀지지 않는 화성이거나, 손자리가 얽히는 곳, 또는 도약이 있다거나 분위기가 전환되는 까닭에 손도 잠시 멈추는 등의 이유다. (왜 핑계를 찾는다는 느낌일까.. --;)
물론 악보를 읽는 초반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곡의 분위기를 구현할 때쯤이면 이 멈칫거림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이 멈칫이 습관이 되어,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식으로 멈칫거린다. 보다 못한 원장쌤이 "이 부분이 바로 이어지게 연습해 오세요"라고 주문을 하고서야 비로소 나는 그 부분만 주구장창 연습하고 해결한다. 이어지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 (하아.. 고질적인 모범생 기질.. --;)
그런데 체르니 13번은 이 멈칫거림이 10마디 내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체르니의 경우 대개는 흐름을 파악하고, 왼손, 오른손의 자리를 익히면 한두 마디에서 멈칫거리더라도 대개는 흐름은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금 13번의 중반과 후반부의 각 10마디 정도는 할 때마다 계속 틀리고, 멈칫거리고, 박자도 어긋나고,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난리 부르스다. 패시지와 패시지 사이의 어느 특정 부분이 아니라 왼손과 오른손 사이가 계속 어긋나 흐름이 엉망진창이다. 더욱이 어제는 몇 주 내내 쉬다 앉았으니, 말해 모하겠는가.
"선생님, 이 부분은 연습해도 전혀 모르겠어요."
나의 자기고백이었고, 원장선생님은 씨익 웃으며, 해결책을 내놓으셨다.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10번 반복할 것. 처음에는 두 박만 10번 10마디 반복, 그리고 되돌아와서는 세 박만 10번 10마디 반복,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서는 네 박을 이어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10마디를 30번이나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레슨 시간 내내 그걸 반복하도록 고수하셨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건, 생각 같아서는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다. 물론 처음에는 그 단순반복의 묘미에 이것만 하면 된다고? 하는 마음으로 쉽게 쫓아가지만, 그 반복이 10마디 내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복의 패턴도 놓치게 되고, 내가 지금 어디를 치고 있는지 이후에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럼 원장님이 다시 악보를 짚어주고 계이름을 읽어준다. 또다시 초절정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걸 레슨 시간에 하자니, 낭비 같지만, 정말 지속하기 힘든 과정이어서 그렇게 옆에서 붙잡아 주지 않으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 또는 때려치고 싶은 마음과 수백 번 싸워야 할테다. 중반부를 그렇게 연습하고, 후반부는 숙제로 받아들고 왔다.
원장선생님은 아예 쐐기를 박으셨다. 한 번만 연습해서는 성과가 없으니 며칠이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아... 그렇지요.
이전에도 패시지와 패시지의 멈칫거리는 부분을 놓고, 그 부분만 10번 내내 반복 시킨 적이 있으시다. 그랬더니 정말 어느새 손에 익었는지 더 이상 멈칫거리지는 않았고, 늘 헷갈리던 음계도 분명하게 손에 붙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연습의 연장이랄까. 나아가 3, 4번의 손가락 힘을 기르는 것도 선생님은 3번만 멍 때리며 건반을 쳐보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4번도 땡땡거리고, 좀 지루하다 싶으면 3, 4번을 번갈아 반복해서 건반을 내리치라는 요구. 반복이라면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으시다. 어쩌면 나 역시 그리 될지도.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나는 한참을 땡땡거리며 반복하다가 나왔다. 지금은 내가 무얼 하는지 잘 모르겠기도 한데,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나아져 있기를, 조금은 덜 멈칫거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반복의 힘!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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