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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again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라는 주문

날라리 빵꾸인생 2023. 8. 11. 17:50

: 그러니까, 나의 겨울은... 

음악에서 감동을 받는 지점을 조금 구체화하자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격렬하게 몰아치는 매서움,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따스함, 상냥하게 종알거리는 명랑함, 한없이 그윽해지는 너그러움, 청량하게 마음을 훑어주는 경쾌함.. 그러한 감정은 또 정경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텐데, 그러니까 너른 들판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이라든가, 햇빛 부서지는 바다의 찬란함이라든가, 이슬비 젖은 호수의 잔잔함이라든가, 광풍이 몰아치는 언덕이라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내가 늘 그런 방식으로 감동을 느끼느냐 하면 또 그런 것만은 아닌데, 그날의 기분이나 분위기,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도 많지만 또 그걸 굳이 텍스트로 그려내자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여튼, 그런데 이번에 레슨하면서 주문 받은 것이, 내가 연주하는 곡의 이미지를 만들어 표현해 보라는 것이었다. 두둥. 지금까지 악보에 적힌대로 피아노에 옮기고 악보에 적힌 기호대로 표현하기에도 벅차 늘 숨가쁘게 숙제하는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내 연주의 분위기를 만들어오라니, 뭔가 원장쌤의 요구 수준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부터는 3일이 지났는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분위기라니. 

아주 오래 전에 클래식 드라마가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마에스트로 역을 맡은 김명민이 단원들을 감동시키는 방법으로 눈을 감고 그 곡에 대한 이미지를 연상시켜 곡을 연주하게 했던(?!) 장면이 있다. 그 후로 가끔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며 어떤 감정이 들고, 어떤 장면이 연상되는가 찾아보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여지없이 문자적 인간인지라 문자로 그려진 세상을 읽는 데는 문제없지만, 음악으로 그려진 세계를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여튼, 그런 중에 이제는 내 곡의 분위기를 찾아야 한다. 두둥. 

 나는 이게 너무 어렵다. 나를 표현하는 일, 또는 정해진 틀이 없이 한없는 자유로움에 나를 던지는 일. 오히려 규정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정해진 데 나를 끼워맞추는 일이 한데 편하다. 그래서 막춤이 아닌 발레가, 재즈피아노가 아닌 클래식이 내게는 한없이 평온한 무대가 된다. 

아, 나의 겨울이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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