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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를 치자고 휴가를 냈다.
코로나에 걸려 한 3주 운신 못하고 시체 되었고,
그 덕분에 회사, 집, 회사, 집만 간신히 오가는데,
그것도 기력이 없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눕기 일쑤였던지라,
운동은 엄두도 못내고, 그렇다고 피아노를 연습한다거나 음악을 듣는다거나 하는 것도
일절 못했던 까닭에,
게다가 아버지 기일이라 광주에 다녀오면 또 맥없이 고꾸라질 것이 뻔하였으므로,
월요일 하루를 온전히 피아노만 치겠다고 맘 먹고 휴가를 냈다.
팀장님은 아직 기력을 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흔쾌히 결재해주셨고,
엄마에는 가서 쉬겠다고 일찍 나선 까닭에 세종에는 점심도 채 되지 않아 도착했으나,
다시 시체되어 눕고 일어나니 한밤중이다.
이게 나의 그동안의 근황이었고,
그런 까닭에 월요일에 있을 레슨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연습 없이 가기에는 원장님의 인내심에 한계를 심어줄터라 마음의 죄책감이 일어,
아침 8시에 일어나 마음을 다잡으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러고서는 하루종일 칠 줄 알았다.
.
.
.
그런데 9시 즈음에 배가 고파 부엌을 어슬렁거리고,
10시 즈음에 회사 메일을 몇 번 들락거리고,
11시 즈음에 쌓인 집안일 좀 하겠다고 서성거리고,
12시 즈음에 점심이라도 챙겨먹자며 이것저것 만들어대고,
1시 즈음에는 노곤함에 몸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이게 무언가.
종일 피아노를 치겠다던 각오와 의지는 다 어디로 사라져버렸다 말인가. 아니, 하루종일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기쁨에 환호 아닌 환호를 내질렀는데, 막상 당일은 길어야 고작 세네 시간이라니.. 이럴 거면 휴가는 왜 냈는지 말이다.
그래도 이제 오후가 되니 남은 시각이 채 몇 시간 되지 않아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래서 한 두어 시간 정도, 집중했는가보다. 그래, 두어 시간...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하루를 비워두었으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당일 집중력의 최대치는 3시간이었던 경험.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벼락치기가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과다한 욕심은 버리고 안 되는 부분과 왼손, 오른손 연습을 좀 더 집중했기에 레슨은 무사히 넘어갔다. 다만, 숙제가 더 많아졌을 뿐. ㅜㅜ
아, 이런 식이라면, 여름 휴가를 피아노에 올인한다고 해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주구장창 피아노, "ALL DAY LONG PLAYING PIANO"은 가능하지 않다.
우띠.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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