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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생긴 문제는 길로 해결해야 하는가
산티아고를 등지고 걷는 중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지쳐서 더는 안 걷겠다 생각했는데, 산티아고에서 휴식을 취하리라고 마음먹었는데, 도무지 마음이 시끄러워서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지치면 버스를 타자며 나섰는데, 새벽의 그 아스라함과 고요함이 또 너무 좋았다.
길에서 생긴 문제는 길에서 해결해야 할까.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이제는 무얼 바라거나 이루겠다면 걷는 게 아니다. 순전히 즐기겠다며 걷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발길이 더욱 느려졌고, 시선은 여기저기 머무는 곳이 많다. 언제라도 버스를 타거나 주저앉아도 된다는 생각에 몸의 피곤함도 덜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내가 즐겁고 행복했던 건 길과 길 위의 사람들 때문이었음을 다시 한 번 인정해야겠다. 그건 굳이 이 스페인 산티아고를 향하는 길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어느 길이든 가능한 일이다.
다시 길 위에 나서니, 다시 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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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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