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여전히 손목에 힘 빼는 중 

최근 들어 '피아노 치는 편집자'가 잠시 멈칫 했던 건, 정말 많은 것을 순식간에 바꿔 버린 코로나 덕분이고, 그 사이 영향을 받아 변화된 나의 일상 때문이고, 또한 어쩌다 보니 동시에 발생하게 된 피아노 레슨 선생님과 연습실의 교체이고, 그렇다 보니 적응하느라 정신없어 쫓아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코로나 시점에 서로 영향을 주며 동시다발적으로 바뀐 상황이라서 어떻다 설명하기 어려우나, 여튼 요지는, 

- 코로나로 문 여는 연습실을 찾다가 어찌어찌 피아노 선생님까지 바뀌게 되었고,
- 치는 곡은 같으나 선생님이 바뀌니 내게 주문하는 것도 바뀌었고,
- 동시에 체르니에 대한 수업 관점이 바뀌니 사실 손등 세우는 일부터 다시 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 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먼저 선생님이 바뀌면서 곡을 끝내는 시점과 연습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 등이 주로 바뀌었다. 특히 체르니! 기존에는 그저 틀리지 않고 곡을 쳐낼 수 있는 경우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물론 안 틀리게 치려다 보니 처음보다는 속도가 다소 빨라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 느린 템포의 수준에서 틀리지 않고 곡을 이어가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다들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다. 혹시 같은 곡을 포털의 동영상에서 전한다해도 그건 특별히 잘 치기 때문에 올려둔 특별한 영상이겠지 하는 마음이었달까. 그런데 지금 선생님은 틀리지 않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손번호를 지켜야 하고, 연속되는 스타카토에 손가락이 무너지거나 요령을 부려 긁기라도 하면 항상 그에 대한 교정을 요구한다. 게다가 소리가 균등해야 하고, 윗소리는 분명해야 하고, 게다가 속도는 매 수업마다 조금씩 빨라진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In Tempo라 부르는 수준까지 올려야 비로소 곡을 끝내는 선생님 교습 방식의 차이랄까. 그러면서 여러 많은 생각이 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정리되면 또 올리기로 하자, 그중에서 제일 놀랐던 점은 나의 손등을 지적받은 점이다. 그것도 양손이 아니라 오른손, 한 손에 대해서 손등이 자꾸 주저앉고 동시에 손목이 올라가는 점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전에도 계속 나는 그리 쳐왔을 것이다. 다만, 이전 선생님이 문제로 삼지 않았고, 나 역시 그게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온 결과랄까. 지금 체르니 13번은 오른손을 한껏 벌려 베이스음과 검은 건반의 리듬음을 10마디 이상 연속으로 쳐야 하고, 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손목은 올라가고, 손등관절은 푹 꺼지고 소리는 점점 뭉개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진도를 더 넘어가지 않았고, 13번 앞 부분에서 손목 올라가고 손등이 꺼지는 부분을 해결하고 넘어가자 했다. 그러면서 물어보신다,

"그동안 손목 괜찮으셨어요?" 

생각해보니 최근 엄지에 염증이 생겨 정형외과에 가서 약을 받아먹은 적이 있고, 옥타브를 짚을 때면 손목에 힘이 들어가 연습을 지속할 수 없었음이 생각났다. 아, 이게 원인이었던 걸까(나는 갑작스레 늘어난 일 때문에 그렇다고 투덜거렸는데..). 그래서 다음 날부터 만사 제쳐놓고, 내 손목을 살피며 손목을 내리고 손등은 세워 손 안 공간을 둥그렇게 만드는 걸 최우선의 목표로 삼았다. 

그동안 손등을 살피며 피아노를 치지는 않았다. 나의 주 관심은 악보와 소리였다. 눈은 악보에 두고, 틀리거나 멈칫거리지 않게, 소리는 명확하고 맑고 둥근 소리가 나게.. 간혹 하농에서 속도를 올리느라 손이 경직되면 부점이나 손목 이동으로 힘빼기, 손끝은 세워 분명하게 건반을 치기 등이 내가 손을 보는 관점에서 했던 연습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적으로 손목 올리지 않기, 손등 꺼지지 않기가 목표가 되다 보니, 무엇을 치든 손목과 손등에 시선이 가 있었고, 그렇다 보니 두 손의 차이도 발견하게 되었다. 왼손은 그나마 공모양이 유지가 되고 손목 올라감이 덜했지만(이건 또 무슨 연유인지..), 오른손은 긴장하면 여지없이 손목이 올라가고, 높은 건반이라도 칠라치면 손등이 푹 꺼지는 자세가 된다는 것. 두 손의 형태와 소리와 힘이 들어감이 완전히 달랐다. 새로운 발견이었고, 어이없는 좌절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왼손은 비교적 유지가 되므로 그를 기준 삼아 오른손을 연습할 수 있었다는 점이랄까. 

그.러.나. 이렇게 목표가 분명한데도 연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손목과 손등에 온 신경이 가 있다보니 손에는 힘이 들어가기가 일쑤였고, 그러자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손목에 무리가 느껴져 연습을 접고 나와야 했다. 더 지속하면 아무래도 또 염증이 생길까 염려도 되고, 게다가 이미 길들여져버린 오른손은 암만 손등을 올려 잡아도 곧바로 예전 모양으로 돌아가버려 잠시 피아노와 떨어져 있을 필요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매일 가던 연습도 하루이틀 걸렀고, 일단 피아노 앞에 앉으면 무엇보다 손이 무너지지 않게 한 음 한 음 짚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 음, 한 음 손모양을 유지하며 치는 건 굉장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옥타브로 벌어지더라도 먼저 손목을 이동해 손모양 유지를 일순위로 삼았고, 속도를 올릴 생각은 아예 버렸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손모양 유지하고 손목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손목에 힘이 들어갈라 치면 손등이 무너지더라도 일단 손목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다시 손모양 만들기

과연 바뀌려나 싶은 물음표가 하루에도 수십 번이었다. 회사에 앉아서도 손을 둥그렇게 모아 자판을 쳐보기도 하고, 손을 허공에 올려놓고 내가 힘을 주는 느낌과 손의 변화를 살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뭔가 느낌이 들어, 옳다쿠나 하고 피아노 앞에 가서 앉았는데 건반 위의 손모양은 예전으로 돌아가기 일쑤니, 이대로 안 되면 어떡하나, 뭔가 원망과 좌절 비슷한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었다. 그런데 그러는 중 손에는 어느새 변화의 물결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한 음 한 음 치는 경우 속도가 다소 올라가더라도 손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른손이 무너질까 잠깐씩만 치고는 물러섰던 체르니 13번의 경우에도 이제는 손목에 힘이 들어가거나 올라가지 않고서도 몇 마디는 칠 수 있었고, 이미 악보를 외울 지경이었던 부르크뮐러를 쳐보는데 이전과는 손의 느낌이 달라졌음을 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라보~ 그동안의 고생과 좌절을 보상해주는 희망의 징조! 이후 레슨에서서 선생님은 많이 달라졌다며, 더 피(!)나는 노력을 요구하셨다. ㅎㅎ 그럼에도 즐겁게 "네!" 외쳤던 건 아마도 변화할 수 있음을 몸으로 깨달았고, 그로 인해 더는 손목의 통증 없이 오래도록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다는 확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연습하지 않은 부분이거나 조금이라도 주의하지 않으면 손목은 여지없이 뻣뻣하게 굳어 하늘로 치솟는다. 그러면 예전에는 몰랐던 손목 통증이 느껴질테고, 그러면 다시 나는 손을 멈추고 손모양과 손에 힘빼기부터 천천히 연습해야 할테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즐겁다. 의지만 있다면 어쨌든 내 몸은 변한다, 내 성격처럼 그다지 고집스런 녀석은 아닌 모양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룰루~ 

이때쯤 같은 체르니 곡을 이전 선생님에게서 레슨을 받았다면, 그 선생님은 내게 어떤 주문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피아노를 배우는 시기별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달랐던 것이고, 지난 날 선생님은 나의 다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느라 손등이 무너지는 건 나중으로 미루셨던 것일까? 그런데 또 왼손의 손모양이 유지되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그러나 과거의 일은 중요하지 않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더 산더미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 몸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2020. 벌써 4월 23. 망할 코로나 period, 빼박 집콕 즈음. 

 

 

 

 

'play it ag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씸 언니의 피아노교재!  (0) 2020.04.29
손목만이 아니다, 온 몸에 힘 빼기  (0) 2020.04.29
하농의 세 번째  (0) 2020.02.06
치고 싶다는 생각  (0) 2019.11.29
'이쯤이면 되겠지!'는 어른의 오만이다  (0) 2019.11.27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6/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