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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치고 싶다, 헝가리 무곡!
그러니까 최근 피아노 학원을 바꾸게 된 건 씸 언니의 영향이 컸다. 옛 연습실에 한 번 쫓아와서 뚱땅거리시더니 본인도 피아노를 치겠다며 집 근처 피아노 학원을 샅샅이(성격상 몇날며칠 사이트며 블로그를 뒤지셨을게다) 뒤지기 시작했고, 일단 나이가 있는 성인이었던지라 연습실의 사용 유무, 학생들과 겹치지 않는 동선 등 여러 조건에 맞는 학원을 어렵게 찾아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대기를 걸어놓고, 막상 면담하러 갈 때는 떨린다며 나를 대동하신 씸 언니다. 역시나 언니도 어릴 때 바이엘의 경험이 있고, 근 40년을 안 치다가 다시 치는 연혁인지라 뭔가 기대와 설렘이 잔뜩이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연습실에 떨림 방패 삼아 동행했던 나는 연습실의 조건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게다가 집 근처인지라 걸어서 올 수도 있는 환경, 심지어 수영 끝나고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환경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옮기기로 결정해 버렸다. (물론 연습실은 그렇다치고, 강습까지 옮긴건 좀 다른 문제이지만, 여튼)
그렇다보니 연습실에 언니와 같이 있는 경우가 많고, 언니가 치는 곡을 듣게 되고, 아직은 시작하는 아마추어인지라 투박하게 뚱땅거리는 소리에 다소 웃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어쩌다가는 가만히 손 놓고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 이 곡은 아는 곡인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원곡은 분명 아니고, 입문용으로 쉽게 편곡한지라 다소 음색이 안 맞는 부분도 있는데, 어쨋든 그곡은 익히 듣던 소나타이거나 심지어 협주곡이거나 무곡 등이었다. 이럴 수가, 언니의 초보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느끼겠는 곡이라니... 그 순간은 약간 뒤통수 맞는 기분이었다. 원곡이 아니지만 평상시 들었거나 알고 있는 곡들을 느껴가며 저렇게 재미있게 칠 수 있다니, 예전의 나는 미처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런 곡은 과연 언제쯤 쳐보나, 무턱대고 동경만 하던 나였다. 그런데 언니는 이제 한두 달 레슨인데 벌써 좋아하는 곡들을 찾아 쉽고 재밌게 접근하고 즐기고 있었다. (물론 재미없다고 패스하는 경우도 있지만 ^^;;)
그래서 어느 한 날은 들려오는 곡이 좋아서 언니 연습실로 뛰어가 책을 뺏어들고 한 번 쳐보았더라는.. 다소 서툴긴 했지만, 몇 번 연습하고 나니 그럴듯했고, 그 곡이 더욱 좋아졌다. 그래서 원곡 버전을 찾아 손에 익히기 시작하고, 레슨 숙제도 해야 했지만 자발적으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연습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민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곡을 잘 만들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왜 이 부분은 힘이 들어갈까,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외울 수 있을까. 매번 레슨시간에 지적 당하거나, 레슨을 대비한 연습 이외에는 딱히 즐겨 치는 곡이 없었는데, 갑자기 씸 언니의 교재 덕에 그런 곡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보의 교재라고 내가 무시했던걸까? 그래서 그냥 콩나물이 많고 어려운 교재를 하는 나를 조금은 더 뿌듯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언니의 교재를 다시 들고 살펴보니, 모두 주옥같은 곡이다. 언제고 살짝 언니 책을 뺏어 한 번 쳐볼까 싶다. 그래서 완곡하고 싶은 곡이 생기면 또 도전해 봐야지. 공부나 모든 부문의 배움이 그러하듯이, 즐기는 것을 능가하지는 못할 테다.
2020.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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