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유튜브도 도움이 된다.
손목에 힘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조금만 무신경하거나 악보를 더듬다 보면 여지 없이 손과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이제는 통증이 있어 좌절의 연속이었다. 담날 수업을 앞두고 연습을 좀 해야겠어서 앉아 있는데, 급기야 더는 손목이 아파서 연습을 못할 지경이 되어 코를 한참이나 빠뜨리고 연습실을 나섰다. 아, 된장.
우울한 마음에 이불 덮고 누워서도 잠을 못 자고 유튜브에서 손목 힘 빼는 영상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손모양에서부터 손을 건반 위로 떨어뜨리기, 손끝으로만 일어서기 등 별별 조언이 다 있다. 심지어는 "아프면 그냥 쉬어라"는 것도. 그럼 연습은 언제하냐는 질문에 안 아프면..이라는... 다소 대책 없는 방법도. 여튼.
당장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았다. 밤 12시, 건반을 내려칠 수는 없는 일이고, 그저 손모양을 만들어 건반 위에 올린다. 그리고 소리 안 나게 건반을 지그시 누르며 내 손목에, 손가락에 힘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내 상태는 어떠한지, 통증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소리를 내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반 위에서 내 손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궁금했달까. 그런데 결과는 더욱 우울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손가락을 벌려 옥타브의 건반을 잡기만 해도 손에는 이미 힘이 들어가 뻣뻣해지고, 손등뼈는 푹, 밑으로 꺼진다. 아, 된장 2.
그대로 이불 속으로 처박혔다. 나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사실을 어째 지금에서야 깨닫는 걸까.
"온몸에 힘을 빼라." 그리고 "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라. 단, 손끝은 분명히 힘 있게 명확하게 내려 쳐라."
사실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건 내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었겠고, 지금처럼 체르니 30의 옥타브를 연타하는 상황도 좀처럼 없었고, 더구나 예전 선생님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갈라치면 손을 번쩍 들어 위에서 건반 위로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아마도 그건 선생님만의 힘 빼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유튜버에 따라 각각 손에 힘을 빼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다음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악보도, 화음도, 건반 위치도 다 잊고 손에 힘 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단지 손에만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손목에 힘을 뺀다는 건 결국 손등, 팔목, 팔꿈치, 어깨, 즉 상체에 힘이 빠져야 한다는 자각이었고, 그럼에도 소리를 또렷하게 내기 위해서는 몸의 힘으로 손가락으로 전해주기 위해 자세를 바로 할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손가락을 지지대 삼아 세워야 한다. 그건 몸의 힘을 전달받아 건반으로 옮기기 위한 것이다. 손목, 손등이 아닌 손가락을 통해 전달해야 가볍고 소리가 또렷해진다. 아, 여러 곳에서 들었던 각각의 이야기가 결국은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동안의 내 자세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깨달았달까. 통증은 곧 내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이다.
그후 통증이 일면 나는 곧바로 멈춰, 온몸에 힘을 빼고 자세부터 바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을 자연스럽게 건반 위에 올리고, 무게중심을 코 앞에 두고, 어깨와 팔뚝은 내려둔 채 힘은 손가락 끝에만 주고, 건반 전체가 시선에 들어오도록 고개를 세우고, 어깨와 손목은 내리고...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통증은 언제 일었냐는 듯이 사라진다.
물론 그렇다보니 악보을 습득하는 일이나, 속도를 올리는 일 등은 한참이나 미뤄진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세부터 바로하는 일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의 피아노 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피아노를 오래 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고쳐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내 몸을 살피며 피아노를 치자니, 실제로 도움이 된다.
그동안 유튜브 강습을 뻔한 내용이라고 무시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했다. 기본 중의 기본을 그냥 아는 내용이라고 아는 척하고 넘어가버린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한다. 혹시라도 아직 손등에 힘이 안 빠지고 손목이 올라가는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연주를 멈추고 내 손을 먼저 살펴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더 늦기 전에.
2020. 4. 28.
'play it ag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떤 곡을 치고 싶은가 (0) | 2020.05.07 |
|---|---|
| 씸 언니의 피아노교재! (0) | 2020.04.29 |
| 변하는 습관, 변하는 몸, 의지만 있다면야 (0) | 2020.04.23 |
| 하농의 세 번째 (0) | 2020.02.06 |
| 치고 싶다는 생각 (0) | 2019.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