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다소 멈칫하지만, 틀린 부분으로 되돌아가 다시 치지는 않는다. 아마추어든 전문 피아니스트이든, 입문자이든 수십 년 연륜 쌓인 피아니스트이든 미스터치는 모두의 골칫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단지 차이라 하면 우리는, 아니 나는 곡마다 미스터치투성이인지라 미스터치 없는 연주가 목표가 아니라, 10개 중 하나라도 줄이는 게 연습의 목표가 되곤 한다. 그런데 미스터치를 수정하는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 게다가 미스터치를 반복하다 보면, 그건 금방 습관으로 굳어서 항상 틀리는 부분이 가까워 올수록 뇌며 심장이 쫄아드는 느낌이 들고 손가락부터 목뒤에 스르르 전기가 일곤 한다. 그러다가 미스터지 없이 지나가게 되면 오예, 부라보~ 넘어갔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훌러덩 치다가 여지없이 그 다음 마디를 틀리곤 한다...
: 절대 기죽지 않겠어. '체르니 30' 곡집 중에서 18번을 연습하는 중이다. (여러 형편이었지만) 17번을 한 6개월 잡고 있었고, 못미덥지만 일단 정리하고 18번으로 넘어간 지 또 한 달 정도 되었을까. 그런데 여전히 18번의 맛을 도저히 못 살리겠어서, 그래서 연습하기가 싫어서 투덜대고, 째려보고, 자꾸 책을 덮고 있는 중이다. 정말 오지게도 진도 안 나간다. 한 1년.. 아니 벌써 2년이나 되었나, 여튼 2년 전에 부르크뮐러는 정말 재밌게, 즐겁게 흥얼거리며 했었는데, 이 '체르니 30' 곡들은 머리에 잘 익혀지지도 않고, 연습을 해도 손가락이 가벼워지지 않고, 눈에 구조가 들어올 만한 시기가 되었는데도 한 동안 연습을 안 하면 다시 한 달 전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젠장. 체르니 어렵다고 ..
: 좌절금지, 의지와 노력이면 언젠가는 이루리라. 이 식상한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두둥. 그동안 반드시 고치고 싶었던 나의 습관은 악보가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지먼 곧잘 악보는 보지 않고 건반 위로 향하는 내 시선이었다. 게다가 떠듬떠듬 악보를 읽는 수준이 아니라 물 흐르듯한 연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눈과 손이 동시에 악보를 읽는지라, 그 시간차 버퍼링으로 버벅대기 마련이었다. 이걸 고치겠다며, 어느 날은 건반을 보지 않겠노라 다짐도 해보고, 또 어느 날은 악보의 마디별로 먼저 읽고 손으로 치는 연습을 따로 해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손은 가만히 두고 머릿속으로 악보를 떠올려 손자리와 매칭을 시키기도 하고, 나름으로는 수를 써본다고 머리를 굴리며 애쓴 날들이 꽤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습관이라는 관..
: 프레이즈별로 소화하기_슬픈 왈츠(Valse Triste) 이제는 나도 어느새 피아노에 조금은 길들여졌을까. 요즘은 피아노 앞에 앉으면 예전에 느꼈던 막막한 무게감이나 막연한 불안감은 별로 없고 그저 내가 만들어내고 싶은 소리와 리듬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달까. 그러니까 오늘은 한 시간, 두 시간으로 이 곡을 몇 번은 치고 가야지 하는 작정이나 각오이기보다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음악처럼 들리게 하지?에 더 골몰하는 자신을 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실 얼마를 치든, 몇 분을 치든지는 상관이 없고, 심지어 두세 번 눌러서 해결되면 그만 집에 가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이른바 약간 날라리의 고수가 되어 간다고 해야 할까, 여튼 그렇다 보니, 피아노 앞에 앉은 내게서 예전의 무언지 모르게 얹혀있..
: 벼락치기? 또는 가랑비에 옷 젖는 30분? 지난 토요일 비 오신다고 낮부터 김치전에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기나긴 수다를 나누다 집에 돌아와, 아무래도 주중에 피아노 연습을 못한 데 대한 죄책감에, 아직 취기가 살짝 돌아 운전은 못하고, 버스 타고 학원에 가서 연습을 하는데, 정말 하나도 집중이 안 돼서 손가락 방황만 하다가 또 후회를 남기며 돌아왔다. 차라리 오늘은 맘 편하게 쉬고, 내일 종일 연습하면 어땠을까 하는.. 수영도 너무 피곤한 날은 물에 빨려들어가 숨만 헉헉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또 담날은 수영 끝나고 아예 아침 9시부터 학원으로 들어가 점심 먹기 전까지 두어시간, 점심 먹고 오후에 또 두어 시간, 저녁 먹고 또 두어 시간 하루만에 6시간을 연습했더랬다. 그랬더니 숙제 차원으로 해결해..
: 세포 죽어간다고 한탄만 말고, 바짝 끌어다 쓰자. 그러니까 그동안 연습을 못한 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수영을 가야 하는 일상의 변화(그래서 9시면 이불 편다, -,.-)와, 당장 내몰거나 긴장시키는 선생님이 없으니 오늘 이걸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하는 늘어짐과 3개월 내내 도통 머릿속에 안 들어오는 체르니를 붙잡고 있는 데 대한 좌절, 피아노보다 발레며 애니메이션이며 재밌는 게 더 많았던 방콕생활 등등이었다. (핑계가 참... --;) 그런데 새롭게 수업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하게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게다가 이참에 바뀐 울 쌤, 열정이 자자하다(첫 수업 소감은 다시 정리할 참이다). 그래서 당장 다음 수업시간(오늘이닷, 두둥 ㅠㅠ) 전에는 체르니 17번을 끝내고 18번을..
: 그 설렘과 덤덤함의 이중창, 그리고 "부라보~" 선생님 옆에 앉혀 두고 치다보면, 대개는. 생전 안 틀렸던 곳도 틀리고, 속도는 지 맘대로 날아가고, 잘 보이던 악보도 안 보이고, 샾이고 플랫이고 계산이 안 되고, 급기야 손목이 들리고, 힘이 들어가 소리가 뭉툭해지고 "아, 이러지 않았는데!"를 남발하며 선생님께 지금이 너무 안 쳐진다는 것을 감안해달라는 사인을 보내게 된다. 대개는이라기보다, 매번이라고 하는게 더... ^^ 여튼. 오늘은 코로나 이후 6개월만의 레슨이고 그 사이 선생님이 바뀌어 이 선생님과는 첫 레슨인 셈이다. 그래서 내 수준이나 습관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무엇을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서로를 소개하는 날이다 생각하고 가볍게 마주앉은 날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수..
: 두드리라, 열릴 것이니. 그러니까 이전에 다니던 학원은 4월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려오고, 나는 내친 김에 학원비보다 비싼 금액을 내고 연습실을 빌리기로 했다. 엄마는 암치료를 앞두고 있고, 여전히 새벽수영을 고집하고 있어, 과연 연습할 시간이 있을까 고민이지만, 선생님이 특별할인도 해주었겠다, 집에서 멀뚱멀뚱 잡생각만 하는 일 대신 이제 퇴근하면 학원으로 고고~하는 일정이닷 어찌나, 신이 나는지. 날아갈 것 같다. 야호~ ------ 2021. 2. 19.
: 코로나 시기에 피아노 치기 코로나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시기에 온갖 학원과 수영장이 닫는 까닭에 대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회사, 집밖에 없는 이 시기에 피아노를 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몇 달째 방치한 본 블로그에 그래도 사람들이 하나 둘, 유입되고, 도대체 무슨 페이지를 보는가 하고 살펴봤더니 시작하는 성인들을 위해 2년 전에 정리했던 교재 페이지다. 역시나 무어든 정보나 유용함이 있어야 팔린다. 그래서 요즘에 학원도 못가는 내가 무얼 하고 있나, 그리고 이렇게 시간만 처절하게 남고,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독학으로 무얼 칠 수 있을까를 한참 살펴보고 있던 찰나여서, 이번 페이지는 그걸 한 번 정리해볼까 싶다. 뭐, 그게 내가 전..
: 어쩌면 인생의 진리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두고두고 남을 결혼식 사진에도 웃는 미소 대신 마스크가 전면에 등장하고, 광고조차 서로 간 2미터 거리유지가 소재가 되었다. 나 홀로 연습실 붙박이가 되는 피아노도 올 연말까지는 성인 레슨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고(선생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로서는 섭섭하지만 그렇게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더 효율적일터, 망할 코로나...), 그리하여 회사 끝나면 저녁 먹고 주구장창 앉아 있던 피아노 생활도 덩달아 그만두게 되었다. 어차피 왼손의 야릇한 통증으로 연습을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 2개월이 지나서도 연습은커녕 손이 굳어가는 걸 보고만 있자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고 주변에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