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피아노 학습자가 꼬맹이보다 못한 점! 오만하다! 한 곡을 연습하다 보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주구장창 그 부분만 떼어 연습해도 곡으로 연결하면 매번 틀리거나, 멈칫거리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악보에 빨간 색으로 표시해 두고 부분연습 숙제를 남긴다. 그러면 나는 연습실에서 체크된 부분을 몇 번 쳐보다가, 이쯤이면 되겠지! 하고 다시 전곡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그 부분에서는 다시 멈칫거리고, '아, 잠깐만요, 연습했는데..' 외치다가 급기야 다시 숙제로 남겨지는 반복. 이어지는 질문, 도대체 왜 안 될까.... 해도 안 되는데...의 절망. 왜 이런 문제가 지속될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꼬맹이의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 쳐도 될까?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그러니까 한 3개월 전쯤 피아노 쌤의 추천이었다. 말끝이 다소 흐려지기는 하였으나, 결론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자리를 바꿔 아라베스크를 쳐 주시는데, 방안을 흐르는 선율의 감미로움과 때로 격정적인 화려함에 떠밀려 악보를 살펴보기는커녕 내 수준은 생각지도 않고 냉큼 '좋은데요~' 하고 악보를 받아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로 넘어와 악보를 복사하고, 점심시간에 룰루랄라 살펴보는데, 음.. 그러니까, 샵이 네 개고, 쪼개야 하는 단락도 있고, 뭐지? 난생 처음 보는 십자 모양 기호도 있고, 왼손이 난리가 나겠구나.. 정도가 첫인상이었다. 흠.. 그리고는 별로 어렵지 않겠는데? 생각했더랬는데, 결론은 이후 한 달 동안 왼손의 8분음표 2음에 ..
: 하농 18번, 손꾸락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배우는 사람으로서 하농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를 지난 4월과 9월에 나름 정리하고, 또 몇 개월이 지난 지금 하농을 연습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있어 덧붙이는 중이다. 그래서 제목은 하농의 두 번째이다. 4월에 12번을 마쳤고, 한 달에 하나의 연습곡을 넘기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11월이 끝나가는 즈음에 18번을 대하고 있으니 어느 한두 곡에서는 한 달을 넘는 연습시기를 거쳤는가 보다. 아, 그렇고 보니 올 여름에 바다 수영한다고 좀 쏘다니기는 하였다. 그러자니 자연히 연습을 등한시.....했던 까닭인가 보다. --; 그러는 동안 레슨 시간에 쌤이 평하는 나의 변화는 손가락 힘이 좀 길러졌다는 거고, 덩달아 소리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그때마다 나의..
: 암보는 어떻게 하지? 진짜진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악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처음 악보를 익히면서 계이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확하게 읽어가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자니 속도가 늦어져 성질 급한 나는 마디를 뭉치로 보고, 그를 손에 옮긴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속도는 띄엄띄엄일지라도, 건반을 잘못 짚는다거나 흐름을 놓치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악보에 익숙해질수록, 악보를 잘 보지 않으니 속도는 좀 빨라지고 박자는 맞추더라도 틀리는 횟수가 많아진다. (이 놈의 대충대충, 휘리릭, 날라리적 근성 때문에 낭패 보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미 3개월이나 붙잡고 있던 곡도 여전히 틀리는 사태, 그것도 칠 때마다 틀리는 곳이 달라지는 재앙이 발생하며,..
: 하루 중 가장 고대하는, 즐거운 시간 직장인이 새롭게 피아노를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연습시간을 따로 빼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다. 게다가 혹시 동거하는 가족이라도 있을라치면 직장업무 외에도 가족 행사와 이러저러한 소소한 심부름에 불려다니기 일쑤다. 거기에 혹시라도 친구들 또는 동료와의 회식 자리가 끼어든다치면.. 이건 암흑이다. 그런 중에 연애라도 한다면, 어쩌면 양단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냐, 피아노냐. (울 엄마가 이 페이지를 보신다면.. 훔.. --) 나는 40대 솔로 직장인이다. 세종시에 유배 내려와 혼자 기거하고 있고(이를 두고 '독거노인'이라 한다더라, 요즘은 --;) 만나던 친구들도 죄다 서울에 있고, 자주 놀던 동생네 가족도 서울에서 분주하고, 어무이는 광..
: 옮긴 글과 나의 정리 잠시 짬이 나 책꽂이의 아무 책이나 꺼내보는데, 또 피아노다. 한 번 읽었던 책인데 혹시 뭔가 다를까 싶어 펼쳤다. 음악은 시각적인 감흥에 도취할수록 청각은 떨어져 제대로 즐기기 어려워진다. 피아노를 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악보를 읽고 음표를 3차원 공간인 건반에 입력시키는 데 모든 정신이 집중되어서, 진짜 중요한 것들 - 손가락 상태, 타건 감촉, 내 동작, 자세, 내가 치는 음들의 간격, 톤, 템포의 일관성 유지하기 - 을 모조리 놓친다. - 홍예나, 기억해 두어야 할 말이다. 특히나 아직도 머리며 손을 탓하며, 악보 옮기기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나는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아직 초급자이지만 피아노 한 곡을 연주하는데 크게 세 단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처음에..
: 이렇게 발랄한 '할미새'를 '할머니 새'로 연주한 나는?? --;;; 정말 쉬운 '도미솔' '미솔도' '솔도미' '도미솔'을 왼손은 올라가면서, 오른손은 내려가면서 가볍게 튕기는 곡인데, 이 쉬운 화음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마치 새가 총총거리며 바닥의 낟알을 쪼아먹는 것처럼 내 손가락도 건반 위에서 통통! 빠르게 뛰어야 하는데, 자꾸 건반 위에 주저앉아 다음 자리를 찾느라 허둥대는 꼴이다. 그래서 소리도 정말 할머니 새의 동작처럼 굼뜨기만 하다. 이런 소리를 울 쌤이 그냥 넘어갈리 없다, "더 가볍게요, 스타카토 정확하게!" 그래서 뜬금없이 제목이 '할미새'여서 그렇다고, 이만하면 됐지 하는 타협이 또 들기 시작했더란다. --; 그런데 어제는 자꾸 버벅대는 게 나아질 기미가..
: 소리에 신경 쓰기 시작했더니, 새로운 걸림돌, 연습만이 살 길인가. 그러니까 스케일은 펼침화음이라고, 화음의 구성음을 하나하나 펼쳐 놓은 구조이다. 아르페지오는 연속되는 음을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구조로 곡에 장대함을 덧붙인달까, 곡을 채워준달까 그런 기법이다. 아직도 악보를 건반에 옮기는 수준인 나는 사실 두 스킬을 염두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틀리지 않고 쳐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이제 음악을 좀 만들어볼까 생각했더니 이 두 기법에서 자꾸 멈칫멈칫 주저않게 된다. 건반과 손가락 매칭이 문제가 아니라 소리가 자꾸 뒤죽박죽, 들쑥날쑥이 되는 문제랄까. 특히 샵이라도 하나 끼어 있다면 손에 힘마저 들어가 도저히 지속하기 힘든 지경이 된다. 특히 체르니 30의 초반부에는 거의 아르페지오 연습..
: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곡의 피아노를. 여행을 가거나 혹은 비행기를 타거나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나 이대로 죽어도 좋은가. 죽음은 늘 내 옆에 종이 한 장 간격으로 동행하고 있음을 깨달을수록 더욱 묻게 되는 질문, 나 이대로 죽어도 좋은가. 이를 좀 더 멋있게 칭한다면 메멘토모리가 되겠다. 그래, 죽음이 바로 내 옆에 있음을 기억하자. 또다시 당장 내일모레 떠남을 앞두고, 당장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산다는 것은 살수록 경이로운 일이기에계절을 겪으며 색이 변해가는 나무도,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리며 흘러가는 구름도, 민들레의 솜털 한 올에도 살며시 스며드는 바람도, 빙그레 웃어주는 그 사람도,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예술도, 울림 깊은 음악..